교단에서/여선생님 힘 내세요

여선생님 한 분이 결재를 받으러 왔다. 활기차고 기지 넘치는 평소의 그 분답지 않게 표정이 어둡고 눈까지 충혈되어 있었다. 당장 까닭을 묻기가 뭐해서 그 선생님께서 교실에 수업하러 들어가신 후 옆자리의 선생님을 찾아갔다. 사유는 이랬다.

“어젯밤에 아기가 열 때문에 보채서 잠을 제대로 못 재웠대요. 아침에 겨우 도우미 아줌마한테 아기를 맡기고 출근을 했는데, 일과 준비에, 수업에, 담임 업무에 정신없이 보내고 나서 전화로 상태를 물었더니 아직도 열이 내리지 않고 우유도 안 먹고 칭얼댄대요.”

첫아기를 낳아 기르는 선생님이었다. 수업 시간을 바꾸더라도 시간을 내 아기를 돌보고 오라고 하면서, 아기 사랑의 아픔도 겪어야 더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거라고 위로를 했다. 그래도 그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수업을 바꿔 들어가야 하는 선생님께 죄송스럽고, 상급자의 눈치도 살폈을 것이다.

‘희망의 이유’의 저자로, 우리나라에도 두 번 다녀간 일이 있는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 제인 구달이 침팬지의 습성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사실이다. 침팬지들도 부모, 부부, 친척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사는데, 아기 침팬지가 사고로 어미를 잃는 경우가 있다. 이 고아를 큰엄마나 작은엄마가 맡아 키운다. 그런데 이렇게 자라는 침팬지는 서열이 엄격한 침팬지 집단에서 대개 낮은 지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인 구달은 결혼 후 아기를 낳고 나서 몇 년 동안 자녀 양육에 전념한 후 다시 연구를 계속했다.

여선생님은 엄마이기도 하고 아내이기도 하다. 이들 중 대부분은 선생님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가를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때를 겪는다.

요즘은 3년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고, 그 밖의 제도적 보호 장치가 있어서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래도 자녀에 대한 사랑은 본능이어서 이들이 겪는 역할 갈등은 교단에 항상 존재한다. 한 인간의 영혼의 성장을 책임지는 교원의 직분을 수행하는 일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중노동이기 때문에 이 갈등은 심각하다. 더구나 선생님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서 교직에 입문하는 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주로 여성들이 교육을 담당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2004년 통계를 보면 전체 교원 중, 여교원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있어서 금년 1월에 선발한 신규임용교사 중 남교사 비율은 초·중등 공히 20%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교사일수록 여교사가 많은 것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성역할에 대한 올바른 인식 형성이라든가, 남학생인 경우 동일시 대상의 선택 등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학생 개개인을 세밀하게 살피는 데에 교육의 출발점이 놓여있고, 사랑과 관심이 성장에 가장 유익한 자양이라는 점에서 여선생님의 모성본능은 교육에 매우 긍정적이다.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선생님이 즐겁고 행복해야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선생님의 이런 모습으로부터 학생들은 은연중 삶이란 즐겁고 행복한 것이고, 삶의 본질은 최선을 다하면서 보람을 찾는 데에 놓임을 배우게 된다.

여성들이 교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전제로 이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서 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해야 하고, 여교사들 스스로도 교직 사명감에 투철할 수 있도록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학교마다 새 학년을 맞이하는 3월이다. 여선생님들 힘 내십시오. 아이들에게는 밝고 환한 모습만 보여 주십시오. 자녀와 똑같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십시오.

/ 김국회 도교육청 교육정책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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