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비료를 보내야 할까?

며칠 전 한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북한이 최근에 우리에게 비료 50만 t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어떤 권위 있는 분들이 북한에 화학비료를 계속 보내주면 북한의 농토가 산성화하고 땅이 척박해질 것이므로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비료를 보내주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인데 내 생각은 어떠냐고 묻는 것이었다. 인터넷에 실린 내 글을 보니 이 문제에 대한 내 의견이 다른 분들의 의견과 다를 것 같아 내 의견을 묻게 됐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북한에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비료를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유기질비료를 보내는 일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동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화학비료를 쓰면 토양이 산성화되고 토양이 척박해지기 때문에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비료를 써야 한다는 생각은 비록 적지 않은 분들이 사실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지만 반드시 적절한 것은 아니다. 이 생각은 실험실의 비이커에 담긴 흙에 유안 같은 비료를 주었을 때에는 옳지만 비를 맞고 농업부산물이 토양으로 들어가는 농사현장에서는 옳지 않다.

비가 많이 오고 빗물이 토양을 통해 지하로 잘 빠져 나가는 경우에는 화학비료를 쓰던 안 쓰던 토양은 산성화하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토양은 중성 또는 알칼리성이 된다. 비가 많이 오고 빗물이 잘 빠져나가는 토양의 경우에 토양이 산성화하는 것은 빗물에 공기 중의 탄산가스가 녹아 산성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빗물은 말하자면 농도가 낮은 탄산수라고 할 수 있다. 빗물의 pH는 약 5.4 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의 토양은 pH가 5.4 정도인 산성수로 계속 씻겨지는 셈이다. (pH 측정치가 7 보다 낮으면 산성) 그러니 토양이 산성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여름동안에 많은 비가 온다. 거기다가 토양의 원료인 바위가 산성암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토 뿐 아니라 비료를 전혀 주지 않은 산지 토양까지 산성인 것은 화학비료를 준 것과는 큰 관련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화학비료를 주면 토양의 유기물이 줄어들어 마침내 토양이 척박해질 것이라는 생각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예전에 화학비료를 쓸 수 없던 때 논 300평에서 나는 볏짚은 450㎏ 정도였다. 그런데 화학비료를 적절히 줄 경우 볏짚 생산량은 300평당 700㎏ 정도다. 두 경우에 볏짚을 모두 논에 넣는다고 할 때 논에 들어 갈 수 있는 볏짚(유기물)은 화학비료를 적절히 줄 때가 훨씬 더 많다. 우리나라 속담에 “쓰는 괭이가 빛난다.”는 말이 있다. 농토도 잘 관리해서 소출을 높이면 토양에 돌려줄 수 있는 부산물도 많아져 토양은 비옥해지는 법이다.

북한에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비료를 보낸다고 할 경우 생각해봐야 할 다른 문제도 있다. 가축 분뇨 같은 것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유기질비료일 지라도 그것에 들어 있는 질소, 인산, 가리의 총량은 농가가 선호하는 복합비료에 들어 있는 것의 10분의 1이 채 안 된다. 그런 유기질비료로 복합비료 50만 t에 들어 있는 만큼의 비료성분을 보내려면 유기질비료를 적어도 500만 t은 보내야 할 것이다. 500만 t의 유기질비료가 북한의 어떤 항구에 도착했을 때 북한의 험한 도로를 통해 농가에 배분하는 하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쉬울까.

내 설명은 다 들은 기자가 말했다. “대단히 혼란스럽습니다. 어떤 분의 이야기를 따라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했다. 북한에 유기질비료를 보내자는 분이 토양과 비료와의 관계에 대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옮기는 분인지, 이 분야에 대해 전공한 분인지를 따져서 판단하라고 했다. 요즘처럼 학문분야가 분화되고 전문성의 깊이가 깊어진 때에는 한 분야의 박사는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문맹이나 다름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귀띔해줬다.

/홍 종 운 토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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