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대학입시제도와 대학 구조조정

고 순 철    협성대 교수

오늘로 전국 4년제 대학의 신입생 선발이 마무리된다.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편입학, 수시 모집, 정시모집, 추가모집까지 많게는 일년 동안 6회의 입시가 진행되었고,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대학에 지원하는 일이 있었다.

현행 대학입시제도의 두드러진 특징은 수험생의 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선발권보다 수험생의 선택권이 더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형시기가 다양화되고,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언제든지 합격을 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따라서 대학에서는 지원자나 합격자 수보다는 등록 포기자들을 관리하는 일이 과외의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 둘째로 특기 적성자를 선발하고자 도입된 수시 입학제도에 객관적 기준이 결여된 여러 유형의 전형방식이 도입되면서, 수시모집 입학정원이 전국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의 50%를 넘어설 정도로 대학 지원자를 선점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셋째, 정원 외로 모집할 수 있는 농어촌 거주 학생이나 실업계 학생 등에 대한 배려가 강조되다 보니, 아무리 정원 외 선발이라 하지만, 대학입학이란 자체로만 보면 수험생간에 상대적 박탈감도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대학입시제도의 문제점은 사교육비 경감이란 사회적 문제로 인해 표준화된 수능시험 결과보다는 고교 내신 성적 반영비율을 더 많이 권장하는 교육당국의 지침아닌 지침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입학제도의 이해당사자인 대학이나 수험생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비록 시대 조류에 따라 대학보다는 전공간 경쟁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사실상 대학의 서열이 고착화되어 있는 현실로 인해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각종 유형의 부정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고, 내신조작 등으로 공교육 제도와 관련 종사자에 대해 사시적(斜視的) 시각이 만연하고, 사교육 시장은 축소되지 않고 있다.

또한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사립대학이나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지방대학의 경우 입학생을 최대한 확보하여야 하는 이유로 인해 입학생간 성적 격차가 심하게 발생하여, 대학에서도 우열반을 편성해야 한다는 진담같은 농담이 회자될 정도이고, 대학을 마치 하나의 사업체로 해석하는 경제적 논리가 지배하게 되어 고등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로에 처해 있다.

다행히 최근 당국에서는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고등교육의 질적 수월성을 향상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이 또한 그 방식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들어오는 입구는 막아놓고 물만 밖으로 빼내는 식으로 대학의 수를 줄이는 것만이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처럼 보인다. 동일하게 해석되는 증상에 대한 처방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최소양분의 법칙’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성장이나 질병은 아무리 비중이 작아도, 유기체가 필요한 양을 채워주지 못하는 성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작은 규모의 대학이라도 대학이 추구하는 학문발전은 국가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

따라서 입학생 선발 후 대학운영과 관련된 각종 지표에 의존한 물리적인 구조조정을 취하기 이전에 대학존립에 영향을 주는 입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대학에 부여하여야 한다. 선발시기와 사회적 형평성 보장 등과 같은 최소한의 지침 외에는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 것이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선발, 교육, 졸업 후 사회적 기여도와 같은 대학 운영과 관련된 연속선상의 모든 일에 대해 대학에 책임을 물을 수가 있다.

수험생의 대학 선택권은 물론 보장되어야 하고, 운영을 잘못한 대학의 경우 당연히 퇴출대상이어야 하지만, 물이 다 빠질 때까지 오래 걸리는 큰 저수지는 놔두고, 작은 저수지는 금방 물이 말라버리도록 만드는 방식으로는 또 다른 문제만 야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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