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말없이 증언하는 중요한 문화재! 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을 원형대로 복원하여 보존하려는 것 이외에 보전과 회복을 통한 새로운 성격을 불어 넣어주는 적극적인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수원 화성은 200여년의 풍상과 전쟁으로 소실되었던 많은 부분을 복원, 1997년 12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여기에는 수원시와 경기도 그리고 화성연구회를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더욱이 이 역사(役事)는 화성성역의궤라는 축성 당시의 세밀한 공사 기록문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화성은 18세기 우리 조상들의 과학 기술과 실학사상의 결정체로서 정조의 효와 애민 사상이 깃든 아름다운 성이다. 그러나 화성의 경내를 살펴보면 다른 지방의 성곽도시와 마찬가지로 철근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포장도로, 난잡한 간판과 가로 시설물 등으로 채워져 있다. 이로 인하여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관광객들은 고작 성곽 주위를 돌며 축성 양식을 살펴보거나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가 머물렀던 행궁만을 거쳐 갈뿐 정작 역사적 체험이나 옛것을 오늘에 살린 우리 민족 전통의 멋과 흥을 느껴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화성 경내를 옛것과 오늘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역사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관람에만 그치는 다른 문화재나 유적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는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과 함께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원 화성 경내를 낙안 읍성과 같이 민속촌화, 고도시(古都市)화 해서는 안 되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역사적 의미를 간직한 공간으로 가꿔가야 한다. 그래서 수원을 균형 잡힌 체류형 역사적 문화 관광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예산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수원지역 여·야 국회의원들이 수원화성 성역화 지원법과 관련 국회의원과 수원시청 관계자들의 협의체 구성과 공동 발의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 참 좋은 발상이다. 이에 전문가와 학자가 동참 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김 동 훈 한국건축가협회 경기지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