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노력으로 일군 값진 성공

지난 주에 한 낯선 젊은 여성의 방문을 맞았다. 수줍게 내미는 손엔 신간 한편이 있었다. 어려보이는 그녀가 저자라는 것에 놀랐고, 초판 발간 한달만에 매진되어 재인쇄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더욱 놀랐다. 그 책은 디지털 아트 형식으로, 사진위에 컴퓨터를 이용하여 애니메이션 작업을 더해 만든 새로운 사진동화였다. 귀여운 사진과 감동적인 짧은 글의 21세기식 에세이집이라고 할까.

그녀는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의 컴퓨터애니메이션 과정 졸업생이었다. 그녀가 책을 출판하기까지의 스토리는 소위 ‘연줄과 돈’이 성공의 중요 요소라는 요즘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감동과 경이 그 자체였다.

전남 광양에서 7녀1남중 여섯째 딸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계가 기울어 대학에 원서조차 내지 못하고 집에 있다가, 경기도에 사는 언니 권유로 2001년 여성능력개발센터 IT전문교육과정을 다니며 처음으로 컴퓨터를 접했다. 이때 컴퓨터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재능을 발견한 그녀는 센터 졸업 후 모바일 게임업체에 취업하여 실력을 인정받았다.

몇 년 후 사진에 포토샵 작업을 더하는 새로운 디지털아트 형식의 일기를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한 것이 1700만 네티즌의 폭발적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책 출판 의뢰가 들어와 올 1월에 책을 냈고, 교보문고에서 ‘작가 사인회’를 개최하는 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또한 현재는 실력있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요즘처럼 취업난과 실업난이 심각한 때에 집안 배경이나 학벌이 없어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줄기 소나기 같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 이 사회 기득권의 벽이 점차 높고 공고해져가는 것 같아 좌절될 때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다양한 새로운 사회적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가고 새로운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그녀는 가난과 학력의 장벽을 자신의 노력과 재능을 바탕으로 경기도의 여성지원 정책과 시스템을 통해 멋지게 극복해냈다. 명실공히 그녀는 경기도 여성인적자원개발 정책의 성공적 결실을 보여주는 도민의 자랑거리가 될만하다. 무엇보다 그녀는 현재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수많은 여성에게 얼마나 큰 희망과 도전이 되어줄 것인가!

모쪼록 현실의 어려움에 직면하여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 특히 여성들이 “그녀의 성공”을 재창조해 나가길 바란다.

/조 정 아 道여성능력개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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