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설날을 쇠면서 새삼 우리는 ‘효도’의 참 뜻을 되새기며 살기좋은 세상을 꿈꾸게 된다.
16세기 초반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를 발간한 이래 많은 사람들이 이상향을 꿈꾸며 살아왔다. 여기서는 실현가능한 차선의 세상으로 바람직한 한국적 사회과학의 토착화를 위한 패러다임의 모색으로 새공동체주의(Heterotopia)를 제시하고자 한다.
공동체주의는 개체보다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념이다. 개인의 자유나 선택이 희생되거나 침해될 수 없는 가치로 여기는 자유주의 이념과 대립된다. 전체는 개체보다 중요하다는 철학적 관점을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주의는 롤즈의 자유주의에 대한 대항논리로 발전되어서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구조를 배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공동체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족주의가 지닌 긍정적 가치성의 통합을 추구한다. 이러한 공동체주의의 정의를 전제로 여성의 관점을 통합한 이념을 새공동체주의로 명명해본다.
여성도 타자가 아닌 공동주역의 동등한 존중을 받는 사회의 이념이 된다. 즉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와 자유와 평등과 여성적 가치의 통합이 바로 새공동체 이념인 것이다.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말을 여성의 신체 자체가 열등하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孝經’의 첫 장을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身體髮膚는 受之父母라 不敢毁傷이 孝之始也’라는 말은 남녀불문 몸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기에 감히 몸을 손상시키지 않음이 효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역경의 음양론에서도 양은 강하고 음의 부드러움은 어길 수 없는 생래적임을 원리로 하고있다.
剛·柔의 본질은 서구의 가치우열의 2원론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서구의 2원론은 이성과 감성, 합리성과 직관, 정신과 육체, 문화와 자연, 신과 인간, 남성과 여성의 짝에서 항상 전자가 후자보다 우월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합리성과 이성을 직관과 감성보다 우위에 놓는 2분법은 서구의 남성우월주의자들, 특히 데카르트적 사유방식이며, 동양의 전통을 하위에 위치지우는 문화제국주의의 편린이다. 서구의 포스트모던 이론가들이 이러한 2원론을 해체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한국여성은 외유내강(外柔內剛)의 특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단군신화의 웅녀의 속성에서도 끈기와 인내심이 바로 여성의 속성이 아니던가. 인내심과 끈기의 강인함을 부드러움의 표면으로 감싼 것이 바로 한국여성의 특징이라 하겠다. 그리고 여성의 속성은 후천적인 교육과 환경에 의해서 형성된 많은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여성들도 공적 경제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기회균등과 선택의 자유, 즉 중산층 중심의 자유주의 여성해방론의 입론은 아직 한국에서 유효하다. 여성우월주의자, 급진주의 여성해방론자의 여성해방정치학은 지극히 허무주의다.
새공동체주의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은 공·사 영역에서 동등한 토대위에 존엄성과 평등을 함께 나눌 것이다. 새공동체주의는 자본주의의 시장과 사회주의의 공적 소유제의 결합형인 시장사회주의의 모델을 제3의 대안으로 소개한다. 강숙자박사는 민주주의체제를 바탕으로 동학과 맑스의 경제적 평등사상을 종합하려 한다.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원리 등 한국의 전통사상에 기초한 한국적 여성신장주의(페미니즘)의 이념의 정립으로 21C 민족의 정치발전, 평화통일, 나아가서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 태 구 경기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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