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의 세계적인 거장 마티스와 피카소의 실재 아뜰리에를 엿보면서 미술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 창의력이 넘치는 어린이들에게 추상적인 선과 면을 통해 펼쳐지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이 경기도박물관에서 18일까지 열린다.
지난 2002년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어린이 미술관에서 기획·전시한 ‘마티스·피카소 어린이 체험 교실’을 유치,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땀을 흘리고 손발을 모두 사용해 운동하듯 진행되는 체험전시다.
만 5세에서 12세 취학아동이 대상이며 ‘새장’을 중심으로 4개의 작업장(역동적인 선, 색채 표현, 형태의 단순성, 구성과 해체)을 따라 순회하며 약 1시간 30분 동안 실습을 한다.
추상화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선과 색, 면의 원리를 몇 가지의 수학적 공식을 통해 풀어내는 ‘유럽식 체험학습’이다. 예를 들면 흔히 알고있는 여러 선(직선, 곡선, 가는 선, 굵은 선 등)에서 움직임을 찾는 작업이 마티스와 피카소의 실재 아뜰리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즉 체험아동들은 그들의 작업장에서 두 사람이 찾아낸 추상의 선들을 다른 두께의 검정 스카치테이프로 재구성한다. ‘새장’을 중심으로 출발한 체험교실은 그림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선(제 1 작업장)과 색(제 2 작업장), 형태의 작업장(제 3 작업장)을 돌며 그리고 자르고 색칠한 모형을 마지막 작업장(제 4 작업장)에서 다시 함께 붙여보고, 붙인 형태를 다시 파괴시켜 모호한 추상화의 개념 원리를 체험하게 된다. 이렇듯 추상화의 기본 원리를 마티스와 피카소의 작품 14점과 사진 10점을 어린이들의 눈높이로 재구성하여 이해시키고, 실습까지 할 수 있도록 개발한 어린이 미술교육프로그램이다.
한 학기에도 수십 개의 수학공식을 암기하고 풀어내야 하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황에서, 한 학기에 하나의 수학원리를 이해하고 배우고 있는 유럽식 교육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하나하나씩 쌓아간 학문의 원리는 대학을 들어가 무슨 전공을 택하든 모든 학문의 토대를 이루게 해 준다. 그런 면에서 ‘느리지만 알차게 단단히’ 다져가는 유럽교육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우리나라 공교육장에서 기본 원리를 알려주며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면, 이렇듯 체험전시를 통해서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흔히 문화예술교육은 사교육으로 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역시 수학공식을 한 학기에 수십 개 암기하는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창작’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부터 공식화되어 있는 기술적인 측면이 과중되어 진작 자신의 작품세계를 열어가는 길은 멀고도 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시간 대신 타인들과 비교급으로 인정되는 ‘잘 그리기’ 혹은 ‘잘 표현하기’가 결국은 어린이들 가슴에 저마다 꿈틀되고 있는 창조의 싹을 자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02년 퐁피두센터 어린이미술관에서 기획한 이 전시는 이미 프랑스 전역을 순회하였고, 그 후 대만을 비롯하여 경남도립미술관을 거쳐 경기도박물관에서 전시하게 됐다. 그리고 다음 전시는 스위스 제네바, 그리스 아테네, 멕시코 등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우 성 주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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