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급행전철 송탄역에 서야 한다

정책결정은 외형적 조건보다 내면적 실체가 더 중시 돼야 한다. 외형적 조건만 따지는 무사안일 보다는 내면적 실체를 추구하는 실사구시가 정책의 효율성을 더 살리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개통된 평택 전철역 문제가 이같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을 출발 ,수원 평택을 거쳐 천안으로 연결된 전철 개통은 이 지역을 출퇴근권으로 형성하는 새로운 생활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사소한 정책결정의 결함으로 이같은 혁신적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전철은 하루에 140회 운행한다. 이 가운데 30회는 급행이고 완행은 110회다. 급행과 완행의 차이는 서울에서 평택을 기준하면 30분 차이가 난다. 1분을 다투는 출퇴근 시간에 30분이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다.

그런데 K-55등 주한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한국인 종업원을 비롯해 하루에 3천여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송탄역은 급행 전철이 서지 않는다. 서정리역에 급행 전철이 서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송탄역에 내려야 할 많은 승객들이 서정리역까지 가서 되돌아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같은 애로를 이유로 들어 주한 미군 한국인 노동조합 송탄지부(외기노조)조합원 870여 명이 급행 전철의 송탄역 정차를 한국철도공사에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송탄역에 급행 전철이 서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정리역과의 운행시간이 2분 거리여서 서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급행 전철이 2분거리에 연거푸 설수 없다는 이유는 외형상 보기엔 그럴듯 하다.

그러나 실정을 알고보면 구실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서정리역에 세우지 말고 송탄역에만 정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서정리역은 경문대학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이 하루에 2천500여 명 가량 이용한다. 송탄역과 서정리역 모두 급행 전철이 서야한다면 지역 이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래야 하는 것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개통한 전동차 개설 투자의 효율성에 합치된다. 투자의 효율성을 살리는 것이 지역 이기로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평택은 앞으로 국제도시로 도약한다. 평택항의 서해안 배후도시와 함께 미군용산기지가 이전되면 외국인학교가 설치되는 등 많은 외국사람들이 드나들게 된다. 아울러 갖가지 규제가 풀려 많은 기업체가 유치될 전망이다. 물론 미군용산기지 이전에는 지주들과 충분한 보상협의가 이루어지는 등 지역사회의 합의가 전제돼야 하지만 어떻든 평택은 비약적인 발전을 내다보게 된다.

이러한 평택지역의 송탄역과 서정리역 두 곳에 급행 전철이 선다고해서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나중에 미군용산기지가 이전되면 그때가서 보자고 한다면 현실적 대안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우선은 출퇴근 시간만은 송탄역과 서정리역에 다 서고 나머지 시간대는 번갈아 가며 서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자면 물론 한국철도공사의 일거리가 많아져 노고가 가중되는 것은 미안하지만 전철을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를 최대한 도모하는 것이 또한 공사의 도리라고 믿는다.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송탄역이 급행 전철의 정차역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철도공사의 전향적인 조치가 있기를 간곡히 촉구한다.

/원 유 철 前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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