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광주공장) 노조가 간부들의 취업장사로 언론 보도에서 보는 것 처럼 된통 걸렸다 하여 노조를 싸잡아 욕할 생각은 없다.(우량노조도 적잖다) 그러나 반성할 줄 모르는 노조는 유감이다. 기아차 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아직도 빳빳하다. ‘잘못이지만 노조 탄압의 이면이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검찰조사 내용을 액면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과도 미룬 채 자체조사란 것을 벌이는 모양이다.(이들의 생각은 다른데도 그러는 일종의 관행을 두고 왜 부풀리느냐는 게 불만인 것 같다)
“청탁없이 투명한 절차에 따라 입사한 경우는 100% 없을 것이다. 언론이 기아차 문제만을 집중 부각, 성토하고 있지만 여타 대기업의 입사관행도 파헤쳐야 한다”(모 노조위원장)
놀라운 이야기다. 취직장사를 한 데가 노조든 기업이든 다른데도 있는 게 사실이면 다 파헤쳐야 하는 건 맞는 말이지만 드러난 죄상이 면책될 수는 없다. 지금의 귀족노조를 서울 평화시장 지하 봉재공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다 못해 분신으로 항거한 고 전태일씨가 보면 아마 통곡할 것이다. 노동운동의 발상기도, 투쟁기도 다 지났다. 노동운동의 성숙기다. 착취당하는 노조나 조합원은 없다.(투쟁기에 불가피했던)불법적 강성을 여전히 무기화하는 노동운동, 불법의 제재를 오히려 트집잡는 노동운동은 협박이다. 탄압이란 당치않다.
협력업체 선정 같은 이권에 개입하고 기술개발의 공개를 요구하고 인사나 순익관리에 관여하려 드는 노조는 이미 노조가 아니다.(노조와 기업의) 공동 경영은 성립이 될 수 없다. 기업(자본)이 없으면 노조(일자리)가 있을 수 없다.
외국자본이 국내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노조에 있다.(국내자본이 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도 역시 노조 때문이다)외국에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으로 각인돼 있는 것이 국내 노조다. 예를 든다. 이번에 손학규 지사를 단장으로 한 경기도외자유치단이 유럽에서 가장 애를 먹은 것이 국내 노조에 대한 외국자본의 이런 부정적 시각이다. (“한국의 노조는 무섭다. 이해하지 못할 정도다” “한국 노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익히 다 알고 있다”는 등 별의별 말을 다 들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영국 BOC사와 1억7천만 달러 규모의 산업용가스사업에 투자협약(MOA)을 맺는 등 독일·벨기에·스웨덴·프랑스 등 5개국 16개 업체에서 모두 4억6천900만 달러의 유치 실적을 올린 것은 노·사·정이 함께 가 국내 노조의 강성 이미지 탈피에 합심한 노력의 성과다.
(사례:독일 보슈사측은 “한국 노조는 왜 외국기업을 두렵게 하는가, 한국 내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끊는 것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이화수 한국노총경기도지역본부 의장에게 힐문했다. 이에 이 의장은 “강성노조가 과거엔 국내 기업조차 투자 저해 요인의 작용을 했던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달라지고 있다. 많은 노조가 이젠 일자리와 회사를 중시하고 있다”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왜 함께 안 갔는 지 궁금하다. 경기도가 초청을 안 했으면 협량하고 민주노총이 노·사·정 합심이 선명성 경쟁에 흠이 된다고 여겨 거부했으면 치졸하다. 노동운동의 위축을 원하는 게 아니다. 자본의 오만이 없도록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위원장이 회사 제공의 쏘렌토 승용차를 자가용으로 굴리고 개인 통장에 1억8천만원을 부정축재할 수 있는 군림형 노동운동은 식상했다.(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험한 구호를 외치며 주먹질 해대는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혐오감부터 갖는 것이 사회정서다) 왜 이렇게 됐는가를 반성할 필요가 있다.
파업을 하더라도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파업을 해야 한다. 불법파업을 해놓고 억지 부리는 집단행동은 집단이기이 지 노동운동이 아니다.(경영권 침해나 정치적 집단행위 역시 노동운동의 한계 일탈이다) 연례행사로도 모자라 ‘춘투’다 뭐다 해가며 계절별로 경제사회를 괴롭히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구조적 비리의 취업장사가 들머리판 난 것을 쌤통이다 싶어 싸잡아 비난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제발 달라져야 한다는 게 사회적 여망이다. 상급단체나 대기업 노조나 공기업 노조는 물론이고 중소기업 노조도 개중엔 달라져야 할 노조가 있다. ‘노조천국’이 ‘노조망국’의 풍조가 되어선 공공사회를 해치는 사회적 죄악이다. 세상은 강성 노조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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