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저 세상으로 가고 없지만 몇 년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존 F. 케네디 2세는 정치인의 조건이든가, 행복한 사람의 조건이든가(?), 뭐 그런 질문에 ‘사람을 좋아하고 아낄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자기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멋진 말이자 당연한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얽히고 설켜 살아가는 게 인간세상이니까 말이다. 사람이 싫으면 얼마나 괴로울까?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우선 사람을 좋아해야 하며 ‘호감을 받으려면’ 우선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호감을 표시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 그 상대방도 나를 좋아하게 마련이다. ‘인지상정’이란 말처럼. 우리의 경험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가끔 선생님들이 나에게 생활지도의 묘약이랄까,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저 럭비공 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잘 다룰 수 있는지 그 비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나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꾸한다. 그런 비법을 알면 나 자신이 이렇게 무력감과 좌절감으로 괴롭지 않을 것이라고. 내가 그동안 고민하고 좌절하면서 깨달은 것은 그저 자주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 보는 것이라고. 수시로 교실에 가 보고 점심식사도 같이 하고 함께 놀아주는 것이라고. 모 회사 광고카피의 문구처럼 ‘좀 더 다가가세요’라고.
교사는 다른 어떤 직종의 사람들보다 더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직종이다. 아이들을 좋아해야 하는 직업이다. 특히 중학교 시기의 학생들은 신체적, 심리적으로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는 시기라서 자주,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하고 놀지 않으면 어떻게 튈지 모른다. 정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부모님들도 자기 자녀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하시기도 한다.
다행스런 것은 이 황량하고 메마른 시대에도 학교에도 아직도 아이들을 좋아하는 교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조금 있지만) 어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좋아서 학급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함께 점심도 먹고, 주일에는 봉사 활동도 하고, 방학이면 체험학습을 떠나기도 하며 이메일로 서신을 교환하거나 상담을 하기도 한다. 참으로 훌륭한 분들이고 그런 분을 만나는 아이들은 정말로 행복한 아이들이다. 우리 학교에도 그런 분들이 있어서 나는 무척 행복한 교장인 셈 이다. 학부모들이 그런 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고맙다고 해주고 교장 선생님이 칭찬 좀 해주시라고 할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
언젠가 군포에 있는 K중·고등학교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그 아이들은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아픈’ 경험들을 하였고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보다는 불신과 미움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분노와 적개심,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 그곳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함께 식사하고 함께 놀고 잠도 같이 자면서 사람의 체온과 숨결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함께 밥 먹고, 이야기하고, 놀아주는 것 이상의 생활지도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부모나 교사와 같이 캠핑을 가거나 함께 봉사활동을 가는 교육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타고난 성품의 일종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에 형성되어 몸에 배이는 습관 같은 것이기도 하여 성인이 된 후에는 좀처럼 고칠 수 없는 성향이라서 가다가 냉정하고 건조한 성격을 가진 선생님들을 접하면 슬프고 답답해진다. 어떻게 해야 그분의 마음에 물기와 온기를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과 가장 직접적으로 접해서 아이들의 인간적 성장을 도와주어야 할 분이 그분들이기 때문이다. ‘좋아함(好)’, 그것은 교육의 출발점이다. 인식과 관계의 기초다.
/김 현 옥
수원 수일중 교장·시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