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안이한 보고체계는 과연 극복될 수 없는가. 이같은 물음에 또 의문부호가 던져졌다.
지난 6일 파주시 금촌동에서 방사선 비파괴조사기가 실린 화물트럭(탑차)이 도난당했다.
절도범들은 이 화물트럭을 이용해 다음날 새벽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한 조명회사의 조명기기(2천380만원 상당)를 훔쳐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경찰서간 공조 수사는 문제 삼지 않더라도 초동 수사 허점과 허술한 보고체계가 절도범들의 도피를 도와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절도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던 일산경찰서 모 지구대는 사건 당일 밤 10시가 지나서야 “오전에 절도 신고가 접수됐다”고 털어 놨다. 문제는 지구대가 단순 절도사건으로 판단, 경찰서 상황실에 보고하지 않아 범인들을 검거할 시간을 놓쳤다는 점이다.
지구대 관계자는 “단순 절도사건은 보통 다음날 경찰서에 보고하기 때문에 하루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 차량에 방사성 물질이 실려 있었느냐”, “전 근무자가 기록한 상황일지만으로는 현장 상황을 잘 모르겠다” 등의 해명으로 일관했다.
지구대는 뒤늦게 순찰차에 수색을 지시하는 소동을 벌였다. 결국 경찰은 사건 신고가 접수된 7일 오전 8시40분부터 이날 밤 늦게까지 검문 등 일체 조치를 취하지 않아 범인을 붙잡을 기회를 놓친 셈이다. 도난당했던 화물트럭이 8일 발견되긴 했지만 화물칸에 실렸던 방사선 비파괴조사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방사선 비파괴조사기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방치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아찔하기만 하다.
/박대준 기자 pdj@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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