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극장의 적자운영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아마 전국의 모든 공립극장이 비슷한 상황이고, 나 역시 언제쯤 100% 자립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보도내용은 입장료 수입이 공연료에 훨씬 못 미치고, 관객 숫자도 줄었다는 의원들의 지적과 함께 시민의 문화혜택과 수익증대에 똑같이 신경을 쓰겠다는 관계자의 답변도 곁들여졌다.
그런데 공립극장은 적자운영의 숙명을 안고 태어난다. 그래도 수입을 늘려 시민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달라는 의원들의 당부는 백번 옳은 말씀이다.
모든 극장경영자의 한결같은 목표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관객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립극장의 재정자립도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광역, 기초를 막론하고 대체로 10% 안팎에 머물고 있고, 30%를 넘는 극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서울 예술의 전당이 70%를 넘기고 있지만 이는 아주 특별한 경우이고, 국립극장 역시 20%를 넘기지 못한다. 그리고 극장이 전속단체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내용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어 단순 수치만으로 극장의 경영상태를 비교하기도 어렵다.
극장수입은 입장료, 대관료 및 기재 사용료, 식음료 및 주차 등 부대사업에 의한 수입으로 구성된다. 주종을 이루는 입장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대중성 있는 작품에 비중을 두어야 하지만, 공립극장은 오히려 시민의 문화 감수성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에 좀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비록 시민들의 선호도가 낮더라도 무용, 국악, 연극 그리고 각종 전시 등 순수예술에 투자하여 공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시설과 기자재 사용료를 현실화하기도 어렵다. 실수요자인 예술가들에게 부담을 주어 창작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타 부대사업 역시 시민 편의를 우선해야 하기에 수익증대에는 한계가 있다. 문화를 시장경제 논리에 종속시키기 어려운 이유들이다.
그러면 언제까지, 어느 정도 극장의 적자운영을 감수해야 하는가? 재정의 형편과 문화소비 형태가 다른 자치단체에 적용할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하기는 어렵고, 대략 자립도 30% 이상 50%까지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가 통용되고 있다. 나머지는 정부와 기업의 지원 그리고 민간의 기부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초중고 모두 가급적 오전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는 지역사회의 문화프로그램을 교재로 삼는 문화 감수성 훈련을 권장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문화력이 21세기를 살아가는 능력이고,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여가선용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생존전략의 하나로서 극장문화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예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극장이 적자운영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예산효율을 높여 시민부담을 줄이려는 공립극장의 창의적인 노력은 영원히 계속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과연 나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함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구 자 흥 의정부예술의 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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