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아들을 제대로 뒷바라지 못해준 처지를 비관, 자살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 40대 죽음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모씨(45·수원시 장안구)가 사우나 건물 옥상에서 뛰어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지난 1일 오후 2시10분께. 이 사우나는 숨진 이씨가 생전에 근무했던 유일한 직장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이씨는 그동안 친구에게 이용당해 전세금 압류통보를 받는 등 경제적인 중압감을 감당하지 못한데다, 축구선수 아들 뒷바라지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점을 괴로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8년 전 부인을 만나 가정을 꾸민 뒤 택시 운전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아들이 태어나면서는 더욱 성실하게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은 생활을 압박했고 지난 2000년에는 결국 부인과 이혼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게 됐다. 그래도 축구에 남다른 소질을 갖고 있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사우나에서 24시간 근무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뛰어 넘기 어려운 괴로움이었다. 결국 몇개월 전 그만둔 사우나 건물에 찾아 와 지인들을 만난 뒤 술을 마시고 75세 노모와 아들 등을 남긴 채 죽음을 선택했다.
평범했던 가장의 죽음을 지켜 보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힘들게 살아 가는 우리 시대 아버지들이 한번쯤은 선택하려 했던 고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구재원기자 kjwon@kgi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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