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오페라의 유령. 태극기 휘날리며.6월의 뱀

■오페라의 유령

영상·음악·감동의 삼중주

미국 최대의 영화 사이트 IMDB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검색하면 대략 10여 편의 크고 작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영화뿐 아니라 TV시리즈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오페라의 유령’ 이야기는 지난 100년 가까이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1911년에 출간된 가스통 르루의 동명의 소설은 이 사이트에 따르면 1916년 독일에서 최초로 영화화됐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1986년 뮤지컬로 만들기 전에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였던 것. 그러나 ‘오페라의 유령’이 지금처럼 화려한 낭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웨버의 뮤지컬 덕분이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조엘 슈마허 감독 역시 1988년 ‘오페라의 유령’의 뉴욕 초연을 보고 홀딱 반해, 그로부터 장장 16년간 웨버와 머리를 맞대고 영화화를 논의해왔다.

제작국가인 미국보다도 앞서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하는 슈마허 버전의 ‘오페라의 유령’은 2시간 23분 동안 관객을 화려한 뮤지컬의 세계로 안내한다.

영화는 지극히 화려하고 비교적 신실하다. 미국에서는 ‘너무 오페라적(TOO OPERATIC)’이라는 평가도 있긴 하지만, 이 영화의 여타 허점은 너무도 감미로운 음악 덕분에 가려진다.

영상과 음악의 결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영화는 웨버가 직접 음악 감독을 한 작품답게 그의 뮤지컬 뺨치는 음악성을 과시한다.

물론 배우들의 가창력이 뮤지컬 배우들의 그것보다 모자라기는 하지만, 원체 원곡이 좋아 관람 내내 음악 감상실에 있는 것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뮤지컬과 큰 줄기에서는 같다. 1870년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를 무대로 유령처럼 극장을 점령한 정체불명의 남자 팬텀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를 사랑하는 젊은 귀족 라울의 애절한 삼각 사랑 이야기. 크리스틴을 향한 팬텀의 사랑과 음악적 열정이 광기를 띠면서 오페라 하우스는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영화는 여기에 뮤지컬에서는 없었던 팬텀과 라울의 과거를 추가했다. 슈마허와 웨버는 상상력을 신나게 발휘, 무대의 제약을 뛰어넘어 다양한 볼거리에도 신경을 썼다.

슈마허 감독은 ‘배트맨’ 시리즈를 연출한 솜씨를 살려 어두운 조명의 오페라 하우스와 팬텀의 지하 동굴을 특유의 기괴한, 그러나 세련된 분위기로 꾸몄다. 또한 긴장과 스릴, 액션을 한껏 살려 상업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총제작비는 1억달러(약1천48억원)에 육박했다. 적어도 두 사람 만큼은 이번 작업을 아주 원없이 즐겼음에 틀림없다.

만 18살의 나이에 크리스틴을 맡은 에미 로섬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귀를 사로 잡는다. 뮤지컬 여배우들보다는 가냘프고 깊이가 떨어지긴 하지만 그녀는 착한 소녀의 이미지 그대로 ‘Think of me’ ‘Angel of music’ 등의 곡을 참 어여쁘게 소화했다./연합

‘투모로우’ ‘미스틱 리버’에 출연한 로섬은 일곱살 때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노래를 배웠다. 팬텀을 맡은 제라드 버틀러 역시 투박하긴 하지만 애절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을 고백했다. 그의 목소리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영등위 선정 올해의 좋은 영상물‘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선정한 올해의 좋은 영상물에 뽑혔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비디오, 아케이드 게임, 패키지 게임, 온라인 게임 등 다섯 개 분야에서 좋은 영상물을 발표했다.

패키지 게임 부문에는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소프트 맥스)이, 온라인 게임부문에는 ‘마비노기’(넥슨)가 각각 뽑혔다. 아케이드게임 부분에는 레이싱게임 ‘에스에이피티’(유니아나)가 선정됐다.

이밖에 비디오(DVD) 부문에는 코아필름서울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A부터 Z까지’가 뽑혔다.

올해의 좋은 영상물은 매년 영등위가 선정·시상하는 것으로 작품성과 국민 정서 함양에 기여한 콘텐츠에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10일 오후 5시 서울 장충동 자유센터 웨딩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6월의 뱀

잠들어 있던 욕망·관능을 깨우다

심리치료센터에서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젊고 아름다운 린코는 중년의 샐러리맨과 단둘이 살고 있다. 어느날 그는 ‘남편에겐 비밀’이라고 쓰인 우편물을 받는데 그 안에는 남편 몰래 자위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찍은 사진이 들어 있다.

공포와 수치심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는 그에게 또다시 사진을 담은 봉투가 배달되고 전화가 걸려온다.

“사진과 필름을 돌려 받으려면 내 말을 들어!”

장대비가 쏟아지는 토요일 린코는 필름을 돌려받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집을 나선다. 전화로 지시를 받으며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낯선 목소리는 얼굴도 드러내지 않은 채 옷을 하나씩 벗으라고 강요한다.

린코는 자신의 은밀한 모습을 훔쳐보며 부끄러운 행동을 강요하는 스토커에게 불쾌감과 두려움이 앞서지만 한편으로 몸속 깊이 잠들어 있던 욕망과 관능이 살아나면서 묘한 희열을 느낀다.¶평소 전화를 통해 상담 신청자들에게 “용기를 갖고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조언하던 그가 이제는 스토커의 명령에 따라 차마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시도하며 해방감을 맛보는 것이다.¶결벽증이 있는 린코의 남편 시게히코는 어느날 집에서 아내의 모습을 담은 사진한 장을 발견한다. 의혹과 질투에 몸을 떨던 그는 며칠 뒤 아내를 미행하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등장인물과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섹스리스로 살던 남편이 스토커의 명령에 따라 나신으로 춤을 추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흥분해 자위를 한다는 설정은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취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매력은 강렬한 시청각적 이미지에 있다. 카메라 플래시의 섬광은 흑백톤의 거칠고 어두운 화면에 악센트를 주고, 대지를 때리는 빗줄기 소리에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와 셔터 소리가 겹쳐져 긴장을 고조시킨다.

관객도 줄거리에 빠져들기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카메라의 파인더 속으로 얼굴을 들이 밀게 된다. 마치 ‘몰래 카메라’를 찍는 기분으로. 후반부에 등장하는 린코의 전라 모습은 많은 관객을 관음증 환자로 만들고도 남을 만큼 눈부시다. 쓰카모토 신야(44)는 이 영화에서 제작, 연출, 시나리오, 촬영, 편집, 미술 등을 도맡으며 스토커 이구치 역까지 연기했다. 아역배우 출신의 구로사와 아스카(23)는 시나리오를 읽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등 철저한 준비로 감독의 마음을 움직여 린코로 낙점된 뒤 판타스포르토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상영시간 77분. 18세 이상 관람가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대학교 영화과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감독에 선정됐다.

대한민국대학영화제(집행위원장 김창유) 사무국이 전국 51개 영화영상전공 대학재학생

2천300명을 대상으로 지난 달 18~28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고의 감독에

박찬욱 감독이 선정됐으며 최민식과 문소리는 각각 최고의 남녀 배우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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