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월드컵구장에서 맛본 문화의 향연

지난주 토요일 10월의 마지막 밤을 수놓은 ‘추억의 낭만콘서트’에 모인 1만5천여 관객들은 한결같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경기일보와 수원월드컵재단이 공동주최해 흥행에서도 성공한 이번 행사는 앞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공공시설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줬다.

10·20대가 TV와 공연장을 차지하면서 내심 문화의 편중을 걱정해왔는데 엊그제의 공연은 40·50대를 위한 공연문화가 스포츠경기장과 어우러져 흥겨운 잔치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부한다.

더구나 수원월드컵주경기장 개장 3년6개월만에 청중들이 관중석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대중문화의 향취를 만끽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행사였다. 축구전용 경기장에서 스포츠가 아닌 공연문화를 매개로 경기도민이 경기장의 주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도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다.

그동안 ‘돈 먹는 하마’라거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따가운 비판을 수없이 들으며 국민들께 죄송했던 우리 재단직원들에게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이 ‘퓨전 공연장’으로 거듭나야한다는 사명감을 일깨워준,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경기장을 찾는 이들은 경기장의 잔디를 밟으면서 2년여전 월드컵의 감동과 열기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지만 겹겹이 둘러싼 담장과 관리인의 제지때문에 접근조차 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재단이 개발한 전천후 잔디보호시설만 덮으면, 시민들의 높은 문화수준을 감안할 때 관리상의 어려움은 모두 사라진다.

앞으로 수원월드컵경기장의 문은 활짝 열릴 것이다. 스포츠시설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는 범위내에서 모든 문화행사의 장으로 새로 태어날 것이다. 스님들의 도량으로만 기능하던 전통사찰들도 일반인에게 개방을 하듯이 경기장이 스포츠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고식적 사고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여러 구장에서도 콘서트는 자주 열렸지만 영국 런던의 엠블리 스타디움은 1923년에 지어진뒤 축구경기장으로서의 명성은 말할 것도 없고 유명 스타들의 공연장으로도 유명하고 그 수입 또한 엄청나다. 프랑스 파리의 생드니 경기장에는 1년내내 문을 여는 최고급 레스토랑 VIP박스 등으로 이미지마케팅을 한 결과 ‘생드니에서 만납시다’하는 것이 가장 고급스러운 약속이 됐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주변은 총 12만6천여평에 3,100억원의 국·도비, 시비 민자가 투입됐다. 올 한해의 경우 22차례의 축구경기에서 벌어들인 입장수입이 고작 7억원 밖에 되지 않고, 월드컵스포츠센터의 영업수입과 주차료 임대수입(팔달구청·경기도여권민원실·수원방송 등) 광고비 등등을 다 합쳐도 적자가 12억원이나 된다. 부족분은 국민의 혈세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은 돈버는 일에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 우선 지하에 대형할인매장을 유치해 내년부터는 연간 33억2천만원의 임대수입을 올려 만성적인 적자구조에서 벗어나는 한편 지상부분은 녹지와 체육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한다. 주경기장을 2중으로 둘러싸고 있는 철제 담장을 걷어내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남은 공간에는 점포 60여개를 유치해 의류와 스포츠용품 아울렛으로 건설한다. 관광식당, 노천카페 등도 유치해 스포츠공원에 걸맞는 주민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번지점프와 인간로켓 등 몸으로 체험하는 첨단놀이시설도 민자를 유치해 건설하고, 지하로 들어설 대형할인매장 바로 옆에는 스포츠체험관과 극장·주차장 유치를 검토중이다. 또 객실 300개 이상의 특급호텔도 구상하고 있으며 여러 시설이 입주하면서 내장객이 많아지면 주경기장 옆 중앙광장에서는 금·토·일 상설 문화예술마당을 여는 계획도 하나 둘씩 추진하고 있다.

경기장의 명칭권(name right)을 사겠다는 기업도 있어 연간 2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주경기장에서는 수준높은 축구경기 외에도 우리 재단이 특허출원중인 잔디보호시설 위에서 콘서트나 이종격투기같은 다양한 문화·예술·체육이벤트가 1년내내 이어지도록 구상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만 된다면 수원월드컵경기장 주변은 경기도민과 수원시민의 체육·문화·휴식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 경기장의 운영관리를 책임진 스포츠CEO로서 수원월드컵 경기장이 세계적으로도 경기장 사후활용의 모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박종희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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