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제한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가임 여성 출산율이 2003년 1.19명, 2002년 1.17명으로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다. 이것은 인구 구조가 머지않아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수준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래서 이번에 저출산 문제 해결책으로 보건복지부에서 가족계획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해오던 남자의 정관, 여자의 난관 결찰술과 절제술에 대한 보험 급여를 중단하고, 내년부터 ‘임신에서 출산’까지 발생하는 각종 의료비용, 자연 분만으로 출산하는 본인 부담 분을 포함한 모든 진료비를 건강 보험에서 무상으로 지급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산모가 출산 비용이 아까워서 아기를 안 낳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를 낳아서 기르기가 힘에 부치는 사회라서 그런지 그 원인부터 정확히 찾아야 한다. 아마 저출산 추세는 구조적으로 굳어져 있는데 자연 분만비를 제공한다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당장 내 한 몸 제대로 먹고 살 수 없는 사람이 5백만이라고 한다. 출산율 저하가 아이를 낳아 보육하거나 교육을 시킬 돈이 없다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면, 출산비를 지원해준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과연 아이를 더 낳아서 그 아이의 미래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부모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다시 말해 저출산의 원인은 공자님 말씀처럼 나라가 나라답지 못해서 백성들이 먹고 살기 어렵고 사회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이지 산모들의 출산비가 아까워서 생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산모를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출산율 저하로 산부인과가 위기에 빠져있는데 적자 보전에 대한 대책은 전혀 무시하고 정부의 실효성도 없는 엉뚱한 정책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이런 출산 장려 정책을 접한 산부인과 의사들은 한마디로 싸늘한 반응이다.
출산 감소는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보육 시설, 교육 체계 개인주의적 생활 방식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인데 보건복지부의 출산 해결 정책은 궁여지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 도무지 현실감이 떨어진다.
눈에 보이는 정책보다 좀더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산모에게 자연 분만비를 지급한다는 이 정책이 처음부터 겉돌 것 같아 안타깝다.
/정복희 경기도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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