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하늘은 높고 바람은 상쾌한 가을이 성큼 우리 옆에 다가왔다.
아침 저녁 제법 선선한 바람이 오히려 긴 옷을 재촉하는 이 계절. 이러한 때가 되면 누구나 공부하기 좋은 철이 돌아왔다 이야기 하고 자신의 미진한 공부를 촉진하는 마음의 다짐을 하곤한다.
특히 수도자들에게 있어 이러한 시간은 마음을 다잡고 정진하는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보통 공부라고 하면 누구나 으레 독서를 생각하고 책을 가까이하며 마음의 양식을 장만하고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양의 지식을 축적하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하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
이러한 공부도 대단히 중요하고 사람은 이러한 공부를 통하여 좀더 나은 삶을 향한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유용한 수단이 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는 공부를 다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러한 지식 축적의 공부는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어떠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는 데에는 한 몫을 담당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많은 지식과 기술, 일에 대한 역량 등이 우리에게 진정한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냐고 다시 묻는다면 그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한 조건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인생이 충분히 행복할 수는 없다.
역사를 보고 또 현실 진행되는 여러 가지 일을 보더라도 지식과 역량과 기술과 그 사람의 행복이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느 경우는 그 반대인 경우도 허다하다. 자기가 가진 모든 지식과 역량을 다하여 사람을 해치고 사회를 해치고 평화를 파괴하는 일도 허다히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가 정말 공부해야할 중요한 과목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겠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마음은 나의 주인공이다. 그 마음이 올바로 되어있다면 모든 것이 다 올바라질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모든 것이 다 글러진다.
이 마음은 무형한 것이어서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것이지만 사실 마음은 나의 행복과 가정의 행복, 나아가 이 사회와 인류의 행복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귀중한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공부 과목삼아 전 인류가 공부하는 때가 언제쯤 올 수 있을지….
/김주원 원불교 경인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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