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노블리스 오블리제

초기 로마시대, 포에니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나자 로마의 귀족들은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납부하고 평민들보다 먼저 전쟁터에 나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모범을 보였다. 여기서 유래된 것이 사회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다.

현대 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행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부보다 더욱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해야할 병역의 의무, 납세의 의무 등을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그가 속한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일반인들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면 고위층에 대한 존경심을 갖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깊은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계층간의 분열을 야기한다.

전쟁과 같은 총체적 국난의 경우,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고위층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출신 중 2천여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 때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차남 앤드류 왕자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였다. 6·25전쟁 때에도 미8군 사령관 밴플리트의 아들은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전사했으며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도 육군소령으로 참전했다. 우리나라도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선생, 경주 최 부자집 등 사회적 기부를 통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행한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병무청에서는 지속적인 제도개혁과 전산화로 부정이 개입할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투명하고 공정한 병무행정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고위층, 연예인, 프로 체육인 등 청소년의 병역에 대한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하여 고위 공직자의 병역사항 공개범위를 확대하고 사회관심 병역의무자를 중점관리하기 위한 법률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마치고 국회상정을 준비하고 있다.

병역사항 공개대상을 1급이상 공직자에서 4급이상의 일반직 공무원, 법관, 검사 등까지 확대하고 병역사항을 인터넷에도 게시하여 국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구현을 위해서는 제도와 법규를 만드는 것보다 사회고위층의 높은 도덕성과 솔선수범이 더욱 중요하다.

/임낙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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