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술에 문외한인데요….”
내가 사람을 처음 만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 말을 하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당연한 자기 소개를 하듯 당당하게 말하곤 한다.
그러나 만일 ‘저는 영어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요…’라고 한다거나, ‘저는 도무지 문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이렇게 말한다면 말하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을 책망하는 의미를 담고 말하고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그러한 사실이 결코 자랑거리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술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작품을 볼 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눈 가진 사람이 작품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술 작품 보기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미술 작품을 보고 감상하는 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작가가 누구인지, 재료는 무엇을 사용했는지, 작품의 사이즈가 얼마나 되는지 … 이런 것들은 정작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아무런 정보가 되지못하는 경향이 있다. 미술 작품감상에 정작 필요한 것은 이런 물질적인 정보가 아니라 오직 자신의 마음이 필요할 뿐이다. 감상자가 보고싶은 것을 보면 되는 것이다.
가령 아름다운 여인을 의미하는 미인도라는 윤석남씨의 작품 <사진> 을 본다고 할 때, 이 작품을 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작품의 재료가 나무를 잘라 붙여서 위에 물감으로 사람의 형상을 그려 넣었다는 것은 누구나 보는 순간 한눈에 알 수 있는 정보다. 그러면 작가가 여성이고 여성주의 작가라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 그것은 그때부터 왜곡이 시작될 뿐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보면서 무엇을 감상포인트라고 해야할까? 정확한 모범답안을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원래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감상포인트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답할 것이다. 미술 작품은 그저 내게 보이는 만큼 보면 되는 것이다. 사진>
이번 가을에는 특별히 준비된 좋은 전시회가 정말 많다. 덕수궁미술관의 그리운 금강산전, 서울시립미술관의 삶의 풍경전, 그리고 10월에 있을 서울 세계박물관대회 즈음한 각 미술관들이 준비한 전시들이 그것이다. 이런 전시를 꼼꼼히 보다보면 10월말쯤이 되면 미술을 모른다는 말은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승미 과천 제비울미술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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