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컬럼/‘행복만들기’ 주부의 가사노동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돈으로 치면 월 198만원이라고 한다. 한국여성개발원의 조사다. 대졸 주부의 ‘기회비용’이 이렇다는 것이다.

‘기회비용’이란 신문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노동시장의 참여, 즉 돈벌러 나서면 벌 수 있는 잠재적 소득을 가사노동에 쏟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 ‘기회비용’이라는 것이다. 고졸 주부의 ‘기회비용’은 90만8천원으로 잡혔다. 말인즉슨 그렇다는 것이지 꼭 이런 것 만은 아니다. 고졸 여성이 더 벌 수 있고 고등학교를 안나왔어도 더 버는 여성이 많다. 전업주부에 학력을 따지는 것은 맘에 안든다. 가사노동은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참으로 소중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처음으로 평가된 점에선 관심을 가질만 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같은 전업주부의 노동가치가 통계청이 조사한 ‘국민생활보고서’를 토대로 했다는 점이다. 이 보고서는 전업주부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을 평균 6시간35분으로 산출했다. 쉽게 말해서 살림사는 것이 가사노동이다. 가족들 음식마련, 빨래 등 옷 관리, 청소, 집안살림 경영, 자녀 키우기, 남편 돌보기 등이 이에 속한다. 더 세분하면 이밖에도 많다.

많은 남편들은 아내더러 “집에서 살림이나 산 주제에…” 어떻다면서 나가서 돈버는 것을 큰 위세로 친다. 폭언이다. 그래도 남편이 나가서 돈 잘 벌도록 기를 살리느라 꾹 참는 주부들이 많겠지만 할 소리가 못된다. 상당수의 남성들은 돈 벌기위해 이런꼴 저런꼴 보며 신경쓰는 것을 아내에게 무슨 벼슬처럼 행세한다. 아내가 집안 살림 꾸리며 이런일 저런일 겪는 것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다. 살림 사는 것쯤은 집에서 놀며 틈틈이 하는 것으로 여기는 건 착각이다.

부부가 함께 살며 이룬 재산의 소유권은 반반으로 보아야 한다는 민법 개정안이 여야 여성 국회의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협의이혼을 할 경우 판사 마음에 따라 20%나 30%쯤 인심쓰듯이 떼어주곤 한 관행을 50% 대 50%로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남성들은 이혼후의 뒷바라지가 겁이나 이혼을 잘 못하는 지경이다. 이혼한 아내가 자녀를 키우면 성인이 될 때까지의 양육비는 물론이고 재혼을 안하면 법원이 정한 전처의 생활비까지 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혼 당시 위자료를 주고도 이런 추가부담을 떠안는 것이다.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하필이면 좋지않은 이혼시 재산의 반반으로 규정하는 것은 극단적 사례이긴 하여도 일상의 가치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다. 더 나아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전업주부를 하면서도 가계소득을 올리는 여성들이 날로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주부 역시 전업주부 일을 많이 한다. 이렇게 나가다 보면 재산의 반반이 아니라 여성쪽의 재산이 오히려 더 많아질 수가 있다.

앞으로의 사회는 이런 시대가 온다. 부부관계 설정에 꼭 이같은 재산가치 분할의 개념이 아니어도 집안살림을 도맡는 주부의 숨은 노력은 실로 위대하다. 아이들 키우는 것 한가지만으로도 남편은 남모르는 아내의 무한한 모성애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부성애는 모성애의 절반도 당하지 못하는 유전학적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전업주부(主婦)가 아닌 전업주부(主夫)가 있어 남편이 아내 대신에 집안살림을 맡고 있는 집이 적지않다고 한다. 아마 잘은 몰라도 나가서 돈 버는 것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버는 경우가 많아도, 집안살림을 여성보다 남성이 더 잘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럴 일이 좀 있어 청소며 설거지를 한달동안 해봤더니 청소하기가 귀찮아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고 설거지 그릇 나는 게 겁나 먹고싶어도 참곤 한 적이 있었다. 세상 남편들은 집안에서 궂은 일 도맡으며 안식을 안겨주는 아내의 행복만들기 가사노동이 얼마나 고마운 가를 알아야 한다.

/임 양 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