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재판(人民裁判)은 재판관이나 배심원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전문인(專門人)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배심원이 돼 재판을 하는 것을 말한다. 미미한 사회적 규범을 어기거나 마을 공동체 등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주민들이 일정한 제재를 가하는 것도 일종의 인민재판의 성격으로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인민재판은 이념이나 사회적인 분위기를 이용,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일종의 희생양을 찾는 방법으로 유럽에서 진행됐던 ‘마녀사냥’도 인민재판의 한 형태다.
최근 수원의 한 사립학교에서 교사들이 동료교사를 해임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학교법인이 바뀌고 새로운 교장이 부임한 뒤 기존에 학교를 핵심적으로 이끌어 오던 교감을 비롯, 3명의 부장교사가 대상이 됐다.
내부혼란을 겪었던 이 학교의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던 교사들로서 학교를 안정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교사들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과반수가 조금 넘는 찬성이었고, 교사들은 징계위에 회부됐다. 누가봐도 이번 투표는 새롭게 학교를 맡은 법인이 학교를 장악하기 위한 과정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투표가 끝난 뒤 해당교사들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병원을 찾거나 안정제를 복용하는 등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동료교사들로부터 이같은 평가를 받은 교사들의 심정은 쉽게 짐작이 간다. 그렇다고 찬성표를 던졌던 교사들도 편할리 없다. 이 학교의 문제는 부분 해결되고 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교사들은 서로간에 반목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학교가 사회로부터 주목을 받는 이유는 모든 문제가 학교법인이나 교사에 국한하지 않고 곧바로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있다. 수원 S교의 교사에 의한 교사해임에 대한 찬반투표는 법인이나 교사, 학생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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