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패러디에 죽고사는 한국정치

네티즌이 제작한 패러디 포스터 한 편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공조 행태를 꼬집은 이 패러디를 청와대가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올린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한나라당과 해당 언론사는 즉각 반발했고, 한나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담당자를 문책하는 등 즉각 진화에 나섰으나 대통령 사과까지 운운하는 야당의 요구는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정쟁으로까지 비화된 이번 사태를 두고 여론은 정치권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패러디를 배치해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청와대의 태도는 경솔하고 신중치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민감한 대응으로 해프닝성 사안을 정쟁으로 부각시킨 한나라당의 태도 또한 성숙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풍자와 해학을 위해 원작의 표현과 문체를 차용하는 문학 기법인 패러디는 디지털 이미징 기술의 발전을 등에 업고 인터넷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패러디에 대한 정치권의 이중적 태도가 표현의 자유와 패러디의 기본정신을 폄훼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책대결은 등한시 한 채 패러디 하나를 놓고 극한대결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정치권. 동료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때는 사이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사소한 감정 싸움에는 올인을 서슴지 않는 우리 정치의 수준에 대해 네티즌들은 한숨을 깊은 내쉰다.

/인터넷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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