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아주대의료원 병실에서

병실(입원실)의 밤은 인고의 시련이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에겐 밤이 고독하면서도 여명에 기대를 거는 희망이 있다. 지하 3층에 지상 14층, 우뚝 솟은 현대식 건물의 병원 병실은 전층에서 시가지를 멀리는 영통까지 내려다 볼 수 있는 조감의 시계가 특히 밤 거리는 마치 그림과 같다. 가로등 사이로 동영상처럼 질주하는 차량들, 그리고 야행 군상의 사람 사람들, 빌딩과 아파트가 임립한 누리를 보며 하루속히 병상을 털어 세상속의 저런 일상인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속에 병실의 밤은 지새간다.

내일쯤이면 우거진 나무들, 아담한 팔각정과 벤치들이 공원처럼 잘 정돈된 드넓은 병원 앞 마당이라도 산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잠들다가도 더러 깨곤 하는 환자들, ‘잠자는 사람은 치통(아픔)을 느끼지 않는다’는 셰익스피어의 말도 이들에겐 거짓말이다.

아내의 갑상선 이상으로 입원한 신혼부부가 속삭여 병상 사랑을 나누는 곁에선 장이 문제가 되어 입원한 80대 노부부가 눈빛으로 얘기를 나누곤 했다. 한 날 자정무렵이었을까, 마침 그땐 할아버지 보호자가 그나마 자리를 비운 사이였다. 호스로 배설을 받아내던 게 이상이 있었던지 환자를 이리저리 부축해가며 더럽혀진 환의며 침대 시트를 선선히 새 것으로 갈아 입히고 바꿔 깔아 주고 또 더러움을 처리하는 간호사(명찰이름을 영문이니셜로 ‘KJO’로 표기할 수 있는)그녀의 평화로운 얼굴은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는 타고난 고통이라고 하나 웬 병도 그리 많은 것인 지, 갓난 아이에서 백수(白壽)에 이르기까지의 환자들이 실로 천천만만이다. ‘대저 모든 병은 마음에 달렸으니 마음에 생기면 병도 일어난다’(夫萬病由心 心生則病作)고 김시습은 그의 매월당집(梅月堂集)에서 말했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몸의 병이 생기므로 마음의 병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서, 병원에 가보면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수원시 팔달구 원천동 구릉지에 웅자를 드러내고 있는 지역주민의 메디컬 센터인 아주대학교 의료원, 교육·연구·진료의 3대 기능으로 국내 의료수준의 세계적 선도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의 의료진, 첨단의 장비로 의료 수요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어 이 병원이 올해 개원 10주년을 맞아 내건 ‘지역사회와 함께한 10년, 지역사회와 행복한 100년’의 캐치프레이즈가 설득력 있게 다가선다.

병원은 환자가 주인이다. 자신의 증상을 쉽게 알아듣도록 해주고 병원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쾌적한 시설환경 조성 또한 제2차 진료의 요체다. 아주대의료원이 이런 병원으로 가고 있는 것은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이 가질만한 긍지이기도 하다. 병실의 인심은 언제나 후하다. 같은 처지인 그야말로 동병상련이랄까 서로가 위한다. 색다른 음식이 있으면 콩 한쪽도 나눠먹는 마음으로 나눠주고 환자가 먹지 못하면 보호자라도 먹게 한다. 특히 고통이 심한 환자는 딱하게 보아 말이라도 위로하고 수술받으려 수술실로 옮겨지는 환자에겐 “힘내라…”는 격려와 함께 수술이 잘 되기를 빌곤 한다. 비록 고통은 있어도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정감이 포근히 감싼다. 특히 퇴원하는 환자가 생기면 가는 사람, 남는 사람이 서로 손을 일일이 맞잡아 남는 사람은 퇴원을 축하하고 가는 사람은 남는 이들의 쾌유를 빈다.

병실의 밤은 무거운 침묵 속에 잠겨도 이러므로 이튿날 밝은 일이 예약되는 희망이 싹튼다. 돈이 없으면 빌리면 되고, 신용이 없으면 찾으면 되고, 명예를 잃으면 회복하면 된다.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했다. 병원은 건강(생명) 지킴이다. 병실을 떠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선진 외국의 어느 큰 병원과도 같은 드넓은 1층 복도를 통해 나서는 아주대의료원의 서구식 현관 진입로가 이채롭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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