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정견 뒤에선 담합

지난 8일 안양시의회 의장에 이양우 의원, 부의장에 이천우 의원 등이 각각 선출됐다. 부의장은 한나라당 성향 의원 23명이 담합해 만든 자리로 논외로 치자.

의원 30명중 유일하게 자민련 성향인 의장은 한나라당 5명 후보를 거뜬히 물리 치고 의사봉을 쥐었다.

전날 이들 5명 후보가 정견발표회를 열 때만 해도 주민들은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특정 후보 없이 치러지는 의장단 선거는 복마전으로 불릴만큼 금품수수와 뒷거래, 담합 등 반칙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과 비전 제시를 통해 의장을 뽑자는 정견발표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성향 의원 23명은 정견 발표 하루만에 시내 모처에 모였다. 투표시간 2시간여를 앞두고서다. 이 자리에선 사전 경선이 이뤄졌고 의장과 부의장 등이 정해졌다.

의장 후보 5명이 한발도 물러 서지 않아 사전 조율이 긴박한 터였다.

그들 스스로 외쳤던 의회 개혁과 자정 노력 등이 포말로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한데 투표 결과는 엉뚱했다. 사전 담합에도 불구, 1차 투표에서 한나라당 성향 의원 2명으로 양분되더니 3차 투표에선 자민련 성향 이양우 의원으로 표가 쏠렸기 때문이다.

그들 내부에서도 반목과 불신 등이 얼마나 깊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이번 의장단 선거과정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면서 담합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돼왔다. 주위의 비판과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정견발표회를 방패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주민들은 의회 개혁이 요원할 지 모른다는 절망보다는 주민들을 기만한 의원들의 이중적 행태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이 정 탁 (제2사회부 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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