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유럽통합과 신행정수도

한달 전 유럽 3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유럽에 머무르는 동안 일행은 프랑스 국립행정대학원(ENA) 산하 유럽연구소에서 유럽통합의 역사와 전망 그리고 유럽연합체제 아래서의 지방자치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고 세계의 정치질서는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이 패권을 다투는 냉전의 시대로 들어간다. 오랜 역사 속에서 서로 많은 전쟁을 경험한 유럽대륙의 각 국가들은 개별 국가들로는 미·소 냉전체제 아래서 3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운명을 예견하고 유럽을 한 국가체제로 말들어 미국과 소련에 대응할 필요를 느꼈으리라.

그러한 필요성은 1950년대부터 50년의 대장정 속에 2002년 1월 1일 경제통합을 통해 유로라는 화폐를 탄생시켰고, 금년 5월 1일 유럽연합은 25개 회원국으로 확대되었다. 급기야는 지난 6월 18일 각국의 수반들은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유럽헌법안을 채택하였다. 유럽연합은 이제 단일국가처럼 독자적으로 조약을 체결하거나 외교안보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었으며, 미국에 버금가는 외교적 실체로 등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회원국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 그러한 확대가 정치군사적으로 위험하지는 않은가. 결국에는 개별국가의 이익을 위해 서로 싸우지는 않을까. 많은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말한다. “전쟁없는 평화정착이라는 대전제 속에 50년 동안 노력해 결국 경제통합을 이룩했듯이 앞으로 50년 후에 정치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이들의 지방자치제도도 바뀌고 있다. 국경의 개방으로 국가간 경쟁에서 지역간 경쟁으로 경쟁의 양상이 바뀌고 경쟁의 질도 강화되면서 자치단체별로 지역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럽통합의 전제는 획일화·균등화가 아니라 경쟁력의 강화라는 생각이 든다. 경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 정부 차원에서 유럽의 낙후지역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럽연합의 예산이 낙후된 지방자치단체에 직접지원 되고 있는 것이다. 단일 국가에서의 지방자치가 아니라 통합된 유럽연합 아래서의 지방자치가 실험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의 현실은 어수선하다.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동의하는 것 같지않다. 더구나 경제의 성과가 비관적이고 그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국민들은 수도이전의 불가피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분열보다는 통합을 통해 모두 더 잘 살려고 노력하는 유럽의 현실을 보면서 국가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열정을 보다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실업, 기업의 투자, 서민경제의 회생, 견실한 국가경쟁력 등 이러한 문제들이 우선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아닐까?

신행정수도 이전, 공공기관 및 기업의 지방이전 등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의 경쟁력을 분산시키는 정책이 한창이다. 물론 균형된 국토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경쟁에서 뒤처진 뒤 달성된 국토의 균형이 하향평준화된 균형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대내적 균형에만 신경 쓰지 말고 국가생존이 걸려 있는 대외적 경쟁관계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박신환.수원시 팔달구 매산로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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