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서예 발전방향’ 학술강연회

■ ‘조형서예 발전방향’ 학술강연회

현대미술 기법 접목…소통 필요성 제시 中·日 ‘지나친 조형미’ 타산지석 충고도

전통 닮되…‘현대’를 담아내자

“전통만을 고수한 채 선진적이거나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한 서예의 집착보다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기법을 접목시켜 관객과의 교감 통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10일 경기도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현대 조형서예의 발전방향’이란 학술강연에 참여한 국립현대미술관 정준모 학예연구실장의 주장이다. 경기일보와 경기도박물관이 공동주최한 ‘먹의 유혹-조형서예의 미래’(6.20~7.18)전의 부대행사로 열린 학술강연회에서는 현대서예의 특징과 방향성 등에 대해 심도깊은 강연이 펼쳐졌다.

이날 강연회에선 정준모 실장을 비롯 최병식 경희대 교수, 곽노봉 박사(한국서예학회 총무이사) 등 3명이 주제발표를 했다.

먼저 정 실장은 ‘현대미술의 흐름과 서예-전통이냐 현대화냐’는 주제에서 현대미술의 기법속에 현대서예의 가능성을 조명했다.

정 실장은 “오늘날 서예는 시대를 반영하기 보다 전통의 필법과 선현의 가르침에 충실한 기초수련과 자신의 서법 완성에 매진하고 있다”며 “한자 세대의 감소, 급격한 디지털 시대에 따라 서예의 현대성 확보가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서예도 예술의 한 장르로서 급속한 시대의 변화에 호흡하며 감상자와의 교감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서의 연구를 바탕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통해 서예의 영역을 한층 굳건히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 실장은 서예의 기법을 접목시킨 화가 폴록과 로스코, 루이스 등을 소개하며 서예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최병식 경희대 교수(미술평론가)는 ‘한국 현대서예의 오해와 가능성’을 발표했다.

최 교수는 “서예가 고도의 관념 예술이자 시각예술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문자의 형태를 축으로 다양한 영역의 한계를 넘나드는 부단한 실험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특히 “영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서예에 대한 학문적인 토론과 비평을 거쳐야 한다”며 “현대서예가 전통성의 견고한 바탕 위에 검증된다면 서예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현대서예의 특징과 방향성에 대한 모색’을 발표한 곽노봉 박사는 한·중·일 현대서예의 변천사를 통해 현대서예의 미래를 제시했다.

곽 박사는 “한자권에 속한 한·중·일은 서로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지만 반면 공통된 현대서예의 특징을 유추할 수 있다”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기만의 구상과 어휘를 새롭게 구축한 것이 현대서예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서예의 변천과정에서 새로운 기법을 사용하더라도 일본과 중국의 경우처럼 조형에만 치우쳐 가독성이 떨어지면 쉽게 소멸한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곽 박사는 ‘현대서예’에서 ‘현대’란 단어가 ‘현재 사람이 쓴’ 모든 것을 의미하는 만큼 ‘신표현주의’란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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