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 경 세계 제일의 강대국 대당 제국의 흥망을 그린 졸저 ‘양귀비의 사랑가 배반에 관한 보고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안록산이 ‘대연제국’을 내세우고 반란을 일으켰을 때였다. 당현종의 애첩 양귀비에게 내시장군 고력사가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안록산군을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보내 싸웠지만 그들을 진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의 싸움은 반란군이 아니라 나라와 나라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대당 제국은 사라지고 대연 제국이 생깁니다.”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말이라고 귀비는 생각했다.
“그런 일이 하늘의 용납을 받을까요?”
“귀비마마, 잘 들어 두십시오. 하늘의 뜻이 아닙니다. 우리 대당 제국도 그렇게 건설한 것입니다. 나라라는 것은 항상 그렇게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된단 말인가요?”
“우리 힘이 강하다면 대연을 무찌르고 존속하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약하다면 천하는 대연제국이 됩니다. 누가 강한지는 모릅니다만 강한 쪽의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병력이 많다고 강한 것이 아닙니다. 백성들이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지금까지 대당 제국의 정치가 올바랐다면 백성들은 우리를 지지하겠지요. 그러나 폐하의 치세 가운데 잘한 것보다 잘못한 점이 많다면 저쪽을 지지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정치가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판가름나게 되었다고 하는 말을 듣는 순간 귀비는 지금까지의 정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당 제국이 망한다는 말인가?’
귀비는 깊은 절망감에 빠져 들었다. 망국의 귀비는 결코 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대당 제국이 영원토록 반석 위에 올려져 있기를 누구보다 바란 귀비였다. 그녀는 차츰 밀려오는 공포 속에 착잡한 고뇌에 빠져들었다.
이후 대당제국은 안록산의 난을 수습했지만 중국대륙조차 온전히 지배하지 못한 채 더 이상 국운 상승의 기회는 오지 않고 멸망의 길로 걷는다. ‘백성들이 지지하는 쪽이 이긴다’는 말을 이제 잊혀져가는 6·25를 지켜보면서 적대적 감정으로 휴전선 저 너머를 바라보지 말고 조국애로 바라보자는 안보 관련 담당자에게 보내고 싶다. 말은 쉽고 아름답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현실인식이 잘못되면 적대적이니, 조국애니 하는 말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나채훈.역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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