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적십자 나이팅게일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전, 크리미아 전쟁에 참전한 영국군 부상병들에 대한 헌신적인 간호활동으로 인도주의 구현에 앞장선 이가 있다. 바로 ‘백의의 천사’로 잘 알려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다. 피비린내 나는 치열한 전쟁속에서 보여준 그녀의 희생정신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던 또 한 명의 위대한 인도주의자, 앙리 뒤낭이 훗날 적십자를 창설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 국제적십자사는 이러한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2년에 한번씩 전세계적으로 간호분야의 공로가 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나이팅게일 기장(記章)을 수여하고 있다.

필자는 우연히 혈액원 간호사실 앞을 지나다가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던 한 간호사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았던 그녀는 이른 새벽부터 헌혈자들을 만나기 위해 원거리 출장을 나가 채혈을 하던 중, 민감한 체질의 한 헌혈자로부터 헌혈부위의 심한 통증에 대한 거센 항변을 받고서 하루종일 심적 갈등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그 헌혈자에 대한 원망이 아니었다. 오히려 헌혈을 통해 이웃과 함께 하고자 했던 한 헌혈자의 소중한 마음에 작은 앙금을 남겼다는 자책감의 표출이었다.

이처럼 생명보호를 표방하는 적십자의 특성과 함께 헌혈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급격한 질적 욕구 증대 등의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적십자 간호사들은 슈퍼우먼적 역량을 발휘해야만 한다. 특히 적십자사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인력부족 현상으로 인해 이들 간호사들은 여성으로서 또한 어머니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행복권이라 할 수 있는 2세의 잉태와 관련해서 조차도, 꽉짜여진 업무스케줄로 인해 직장 동료들과 시기 등의 문제를 놓고 사전 협의가 이뤄져야만 하거나 서로간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헌신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적십자 간호사와 같은 직장인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적십자사의 간호사들은 늘 보람된 삶을 살고 있음을 자부하고 있다. 자신들의 업무로 인해 새 생명과 건강을 다시 찾게 될 이들을 생각하면서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본고를 통해 필자는 이웃사랑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많은 헌혈자들과 항상 천사의 웃음으로 맞고 있는 적십자 간호사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큰 박수를 보낸다.

/윤여갑.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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