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비통하다! 김선일씨(33세)가 끝내 살해됐다. 정부의 재빠른 구명운동도, 온 국민의 밤샘 촛불기원들도 다 허사가 됐다.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다. 때마침 오늘이 6·25 54주년! 오늘 다시 그 전쟁의 비극을 맛보는 것 같아 참으로 가슴이 아리다. 그가 무슨 죄가 있는가? 선한 목자가 되어 장차 중동지역에 선교사업을 나가는 게 꿈이라던 순수하기만 한 청년이었는데! 그저 어쩌다 그 무서운 이라크 땅에 잠시 통역관으로 일하러 갔던 것뿐인데!
만의 하나 그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불행히도 그가 미 군납업체(가나무역) 직원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결국 자기들의 ‘원수놈’ 미군을 돕기위해 이라크에 와있다는 판단 때문에-맞다. 사실 우리는 미국 요구에 의해 제마부대도 파병했고, 또 다시 3천명의 복구지원부대를 재파병하려던 게 아닌가. 이때 돌연 김선일씨가 납치됐고, 놈들은 이를 ‘철회하라’ 요구하다 끝내 묵살되자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
각설하고, 미국은 지금 위기다. 이라크는 물론 아랍권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들로부터 호된 복수의 대상이 되고있다. 그럼 지금 우리 한국은 과연 어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분명 우리에게 고맙기만 한 나라였다. 혈맹이니 맹방이니 하면서 서로가 없으면 죽고 못살 것만 같았다.
더욱이 6·25사변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은 우리의 신(神)이었다. 한국의 생사권을 한 손에 거머쥔 할아버지이셨다. 실제로 많은 미국의 젊은 병사들이 우리 한국전쟁에 참여해 고귀한 목숨을 바쳤는가 하면, 전쟁중 극심한 가난과 병마 속에 죽어가는 우리 동포들에게 온갖 구호물자와 의료, 교육 등을 통해 구세주 노릇을 해줬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의 대미관은 안그렇다. 2년 전, 뜻밖의 ‘효순이·미선이 사건’ 이 터지면서 국민감정이 극도로 나빠져 온게 사실이다. 결국 양국 관계까지도 좀 서먹거리며 미묘해지는 것 같더니, 마침내는 미군 2만500명을 일방적으로 감축한다 발표함으로써 한국은 다시 안보 불안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미국만 쳐다보며 바짓가랑이만 잡을 수도 없잖은가? 차제에 대통령은 어서 자주국방의 기틀을 확고히 해야 한다. 잘살든 못살든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각오를 보다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6·25 54주년 아침에 화두를 던지며 순국한 선열들의 넋을 기린다.
/김남웅.광명충현고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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