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지나친 미관공사는 낭비

분당에 사는 학생이다. 요즘 분당은 크고 작은 미관공사로 새단장이 한창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곳들이 공사로 인해 매우 복잡하다. 내가 사는 고장이 아름답게 가꾸어지는 것이니 크게 찬성할 일이다. 그러나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꼭 필요한 일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그대로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파손된 부분도 없어 안전하고 깨끗하기까지 했던 보도블록들은 포클레인으로 마구 파헤쳐졌다. 공사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모양을 내고 색을 입힌 블록으로 교체됐다는 것과 보도블록 중간중간에 나무가 몇 그루씩 심어졌다는 것뿐이다. 지하도로 내려가는 계단에 사용됐던 대리석은 멀쩡했던 것이 새 대리석으로 교체됐다. 아파트 단지 입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붉은 벽돌 대신 대리석으로 바뀌었고, 작은 공간에 분수대를 설치하려고 아파트 축대 가까이까지 파헤쳐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더 의아한 것은 공사후 변화된 모습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보수공사도 아니고 미관공사이니 미적가치에 초점을 맞췄을텐데 예산에 버금갈만한 만족스러움은 솔직히 얻기 힘들다. 오히려 낭비가 아닌가 하는 마음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신용불량자, 카드 빚, 밥 굶는 아이들, 청년실업…’ 오늘 우리의 경제현실을 대변해주는 가슴 아픈 단어들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기사화되어 이제는 무감각하기까지 하다.

만약,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 미관공사의 예산을 온정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우리 이웃들에게 나누어주었다면 어떠하였을까. 꼭 필요한 것에 쓰였으니 분명 마음이 아름다워졌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당장 해야할 진정한 우리 마음의 미관공사가 아닐까./박진영·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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