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 번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스스로야 단점은 애써 가려보고 장점을 내세우게 마련이고, 남이 보는 나는 어떤지 물어보고도 싶지만 누가 솔직하게 얘기해 주겠나.
인자는 요산이요, 지자는 요수라 했던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智者樂水 仁者樂山·어진 사람은 의리에 밝고 산과 같이 중후하여 변하지 않으므로 산을 좋아 한다는 뜻, 지혜있는 사람은 사리에 통달하여 물과 같이 막히는 것이 없으므로 물을 좋아한다”로 나와 있다.
어찌보면 산을 좋아하니 인자쪽인 것도 같고, 인자라 하자니 혼자 괜시리 낯간지러워 지기도 하고, 또 지자를 포기하기는 아깝고, 힘차게 흐르는 강을 보고 좋아했던 기억을 굳이 꺼내 보기도 한다.
스스로 민망하여 컴퓨터를 끄고 창 밖을 보지만, 한번 시작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길을 재촉하여 간다. 호기심이 많아 돌아다니고 새로운 것을 잘 배우며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두루 막힘없이 흐르는 지자라는 대목에서, 아들놈이 생각난다. 그 아이는 아직 젊으니 세상을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넓은 지식, 큰 마음과 다양한 사고를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변화를 좋아하고 유행을 만드는가보다. 좌충우돌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제대로 된 지혜를 배우겠지.
그렇다면 나는 산처럼 든든히 서서 흐르는 물을 지켜보고 싶다. 인자는 자신과 하늘에 관심을 두며 물질적 욕구에서 벗어나 고요히 있는 것을 좋아한다 하니, 지금의 내 마음과 가까운 듯하다.
그러고 보니, 바다와 강들의 근원을 끝까지 찾아가 보면 깊은 산 옹달샘이라지. 산이 깊어 맑은 샘물을 내면, 그 작은 시작이 또 물을 만나고 그러다가 강을 내고 바다를 이루는 것이다.
결국엔 산도 물도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도 샘같은 깊음이 있어야 가치있는 지혜가 나오겠고, 젊은 날 돌아다니며 변화를 쫓아다니던 아들녀석도 깊은 옹달샘을 찾아 언젠가는 산에 오르겠지. 나도, 그리고 내 자식들도 지혜를 흘려보낼 줄 아는 깊은 산이 되길 소원해 본다.
/임용걸.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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