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팔달산의 여유로움

오늘도 한 직원이 가져온 문서를 보며 고심에 차 있다. 껄끄러운 문서라 내 머릿속은 교통체증이 일어나듯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무심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사무실 창밖의 팔달산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발을 뒤집어 놓은 듯한 산새, 창밖으로 한 발만 내디뎌도 닿을 듯한 거리의 자그마한 산이지만 이 산을 찾는 이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가벼운 트레이닝복 차림, 등산복 차림, 평상복 등 다양한 차림이지만 이들의 얼굴에서는 한결같이 평온함이 느껴진다.

이 사람들은 왜 팔달산을 찾을까? 팔달산의 옛 이름은 남탑산이라 불렸는데 이는 배의 돛과 같이 중앙에 우뚝 서있다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조선 태조 2년 이성계가 ‘경기우도 안염사’란 벼슬을 한림학자 이고(李皐)에게 내렸으나 이고는 ‘뒷산에 올라 보면 사통팔달로 시야가 트이며 아름답기 그지없는 이곳에 사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며 사양했다고 한다. 오늘날 팔달산에 올라 수원시내 전경을 구경하고자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이유가 아닐까?

옆에서 기다리던 직원이 헛기침을 해 다시 고개를 돌려 문서를 다시 들춰보았다. 조금 전의 껄끄럽게 느껴졌던 생각이 어디 간 듯 없어졌다. 잠깐 마음의 평온을 찾은 후 문제를 다시 생각했더니 그 전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떠올라 해결되었다. 여태까지 팔달산이 내 옆에서 나를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앞만 보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경제위기, 노사문제, 정치불안, 개인파산, 유가파동 등 혼란스러운 사회에 접하여 정신없이 앞만 보고 자신의 삶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궁금하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현재 혼란스러운 상황에 서로 맞대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문제에 접하는 것이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병만.경기도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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