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한산성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자

최근 웰빙 열풍과 쾌적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기 위해 명소를 찾고 있다. 이런 명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남한산성이다. 이곳은 수도권 유일의 도립공원으로 경기도 광주, 성남, 하남 3개시에 걸쳐 있으며, 서울과 경기도민들의 휴식처로 애용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 거주자들이 남한산성을 즐겨 찾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이 글은 남한산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곳을 아끼고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쓰여졌다. 남한산성이 갖고 있는 역사·지리·문화 및 건축의 우수성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첫째, 남한산성은 2,000년이 넘는 역사의 산실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곳은 약 2,000년 전 백제 시조 온조가 위례성에서 이동하여 이곳을 중심으로 광주일대에 토성을 쌓은 것을 시작으로 근초고왕 때까지 백제의 도읍지로 추정된다. 신라와 조선시대를 거쳐 수 차례 토성과 석성으로 개축되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인조가 병자호란 때 이곳에서 45일간 항전한 후 청에 굴복한 것을 강조하는 것은 남한산성 역사를 깎아 내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둘째, 남한산성은 지리적으로 평탄면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울 동남쪽으로 약 26㎞에 위치하며 평균고도가 300~350m의 고원지대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천연요새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고지대에 위치한 지형 특성상 서울보다 4~5℃가 낮은 기온을 보여 고랭지작물 재배가 가능한 이점을 지닌 곳이다.

셋째, 남한산성은 문화의 보고(寶庫)이다.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7호로 지정되었고, 성곽 내부 수어장대(守禦將臺), 숭열전(崇烈展), 청량당(淸凉堂), 침과정(枕戈亭), 연무관(演武館) 및 현절사(顯節祠) 등 도유형문화재, 기념물 및 문화재자료가 소재하고 있다.

넷째, 남한산성은 우리의 전통건축 기술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이곳은 건축 당시 성 내부에 왕이 피신할 수 있는 행궁(行宮)을 비롯하여 누각, 정자, 사당, 관사 및 민가 등 수백 동의 건물이 있던 거대한 구조였다. 옛 건축물들은 사라졌으나 성문(城門)과 암문(暗門), 문루(門樓)와 옹성(甕城) 및 성벽은 조상의 얼이 담긴 우리나라 성곽건축의 이해를 위한 중요 자료임에 틀림없다.

남한산성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남긴 훌륭한 유적지로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경기도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남한산성 제 모습 찾기에 노력하고 있고, 자치단체에서도 남한산성 복원과 연계한 문화관광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우리 스스로 남한산성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적극 홍보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남한산성을 공유하기 위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확대해 가는 자세다.

/이혁진.서울보건대학 관광영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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