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우리의 ‘강릉 단오제’를 유네스코 ‘인류 구전(口傳) 및 무형문화재 걸작’으로 등록하려는 일에 대해 문화 약탈 운운하며 비난하고 나섰다는 보도를 접하고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중국의 단오절도 중국인이 중시하고 있는 명절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 유래는 정확하지 않으나 당나라 현종의 생일이 팔월 초닷새인 것과 관련, 음력 오월 초닷새를 단오절로 정했다고 한다. 사실은 이런 풍습이 그 이전부터 전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중국 단오절의 풍습 가운데 용선(龍船) 경기라는 것이 있다. 화려하게 장식된 호화판 배로 만들어져 한편에 십여 명의 선수가 일조가 되어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배를 젓는다. 이 화려한 경기는 외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단오절의 별식으로 쫑즈(宗子)라는 것이 있다. 찹쌀밥 속에 고기나 생선을 넣거나 팥과 과일 등을 넣어 뭉쳐서 만든 주먹밥이다. 팥이 들어 있는 것은 우리 찹쌀떡과 비슷한데 우리 찹쌀떡은 가루 반죽을 익혀서 만들게 되지만 중국의 쫑즈는 찹쌀밥을 그대로 뭉쳐 만들어지는 것이 다르다. 한편 각 가정에서는 대문에다 쑥이나 창포잎을 달아놓는다. 이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여러 가지 해충이 번성하게 되니까 물리지 않도록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날 어른들은 슝황지우(雄黃酒)라는 술을 마시기도 하고 부녀자들은 창포잎을 삶아서 나온 물로 머리를 감기도 한다.
이렇듯 중국의 단오절 행사는 우리와 비슷한 점도 더러 있으나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강릉 단오제의 경우 수십 개의 굿판이 벌어지고 각종 놀이가 결합된 농경문화 축제로 대관령 넘어 동해안의 대표적 단오 행사로 오랫동안 자리잡아 왔다. 중국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물론 중국은 과거 수천 년 동안 주변 국가에 대해 문화 수출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중국 중심의 문화주의가 수천 년 전 영향을 미쳤다고 해서 오늘날까지 그런 지위를 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그들이 자기들 문화 외에는 아무리 대단할지라도 ‘배워야 할 것(必須學)일 뿐 배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不値得學)’라는 문화적 우월주의 역시 시대착오적인 문화 제국주의에 빠질 위험에 있다. 이제 중국은 문화 제국주의보다 이웃 나라가 전승 발전시켜온 문화적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는 도량을 갖는 쪽으로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채훈.역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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