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생활 35년, 이제는 교직의 꽃이라는 교장이 된지도 어느새 4년여! 올해도 어김없이 반갑잖은(?) ‘스승의 날’을 또 맞게 되었다. 왜 ‘반갑잖은’ 날이겠는가.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우리는 자랑스런 선생님들, 존경받아 마땅한 교육자들이다. 이 나라 동량(棟樑)들을 누가 가르치고 누가 키우는가! 자부와 긍지를 가지고 사명감에 불타 오직 보람과 영광을 느끼며 열정적으로 몸바쳐야 할 교직 아닌가.
그래서 예부터 교직을 신성히 여기고, ‘군사부일체(軍師父一體)’란 말도 생겨났는데! 특히, ‘스승’은 부모님보다도 앞세워 임금님 다음으로 끔찍히 여기며 극존경의 예(禮)를 다해 섬겨왔다. 또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지도층까지 이날만이라도 옛 스승을 찾아뵙거나 청와대 등 각 기관에 초청하여 깍듯한 예로 모셔왔다. 그 중에도 고 박정희 대통령은 특별했다. 선생님들을 극진히 받들며 모든 공공 행사 때 ‘교장선생님을 상석에 모시라’는 등 교직우대 정책까지 폈다.
때문에 한때는 우리 교직자들도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자부와 긍지를 갖기도 했다. 사실, 이 땅의 모든 직업 중에 스스로의 직업에 ‘님’자를 붙이는 영광이 또 어디 있는가. 그래서 비록 가난하고, 힘없고, 보잘 것은 없어도 제2세 국민을 가르치고 기른다는 ‘교육(敎育)’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히 사명감을 불태우며 묵묵히 이 길을 지켜온 게 사실이다.
이제 며칠 후면 다시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 제정과 관련해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청탁성 촌지니 선물이니 하여 국민의 비판과 질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어쩌다 한 두 사람의 몰지각한 실수 때문이지만, 이는 급격히 전체 교육자들을 욕되게 하고 성스런 이름을 먹칠케 했다. 그렇다고 부분을 보고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된다. 기실, 일부 언론은 어디서 요상한 기사만 취재하여 확대 클로즈업시키는 바람에 솔직히 ‘스승의 날’이 우리 교직자들에게는 반갑잖은 날, 모욕적인 날, 피하고 싶은 우울한 날이 돼왔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금년에도 많은 학교들이 행사도 없이 쉬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승’은 영원한 법, 결코 그 순수성만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부모와 스승없이 어떻게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겠는가. 평생토록 감사하고 받들 분은 오직 저들뿐이리라!
/김남웅.광명 충현고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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