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이제는 和合이다

시인 엘리어트의 그 ‘잔인한 4월’이 어느새 다 지고 있다. 다행이랄까, 왜 이렇도록 눈부신 축제의 4월을 그리 증오했었던지- 어쨌든 우리에게 지난 한달여 동안은 시인의 말대로 참으로 캄캄하고 암울했었다. 더욱이, 정치권임에랴! 그 중에도 한나라당은 그런 대로 기사회생(起死回生)한 편이지만, 특히 민주당과 자민련은 ‘절망’ 바로 그 자체였다.

아무튼 그토록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은 4·15총선과 맞물려 정국의 혼란과 갈등을 가중시키며 나라 안팎을 온통 무서운 소용돌이 속에 휩싸이게 했다. 이 와중에서 열린우리당의 반수가 넘는 의석 획득이나 한나라당의 개헌저지선 확보는, 어쩜 둘 다 놀라운 예술이요, 우리 국민의 지혜로운 승리요, 배려같다.

고로, 여(與)는 앞으로 결코 자만 말고 겸손한 자세로 포용정치, 수용의 정치를 펴나가고, 야(野)는 더 이상의 반대를 위한 반대나 투쟁을 위한 투쟁, 특히 극한투쟁은 이제 지양해야만 한다.

하여, 제발이지 좀 화합된 모습을 보고싶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상생(相生)의 정치가 그리웁다. 비록 좀 무식하고 가난하더라도 국민이 주인되고, 국민이 마음놓고 웃으며 잘 살 수 있는 나라에, 진실로 안정되고 화합된 참 ‘참여정부’, 정말 새롭게 변모한 새 국회상을 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반 서민대중을 위한 일자리 늘리기로부터, 실업자 구제대책 등 소외계층을 위한 정국운영에 치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의 모든 앙금에 매듭을 풀고,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저 희망찬 5월을 맞도록 하자. 5월은 어린이 날에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함께 어우러진 청소년의 달이요, 가정의 달이다. 우리의 꿈과 이상이 예 있고, 우리의 사랑과 행복이 예에 숨쉬는 이 싱그런 5월에 악몽같던 지난 일들은 어서 말끔히 잊어버리자.

뼈아프지만 내일을 위한 하나의 좋은 거울로 삼아, 오히려 전화위복의 새로운 계기로 만들어보자. 그렇다면 이제는 무조건 화합(和合)이다. 그 위에 오직 민생(民生)을 우선하라!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중요한 문제를 남겨놓고 있다. 여야 일각에서는 헌재(憲裁)에 앞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정신으로 풀어보자는 주장도 대두됐었다. 그건 애초부터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터요, 4·15총선으로 이미 국민적 심판은 끝났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결과로든 국민은 이제 모든 것이 화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남웅.광명 충현고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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