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의 날’을 맞아 전국 주요 서점에서 ‘책과 장미 축제’가 열렸다. 사단법인 한국출판인회는 ‘책의 날’ 기념행사로 서점을 찾는 고객들에게 책 한 권과 장미 한 송이를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이 행사 때문에 연인이나 친구, 가족에게 책을 선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오랜만에 듣는 흐뭇한 소식이다.
어렸을 때에 책은 가을에만 읽는 것으로 알았다. 가을의 문턱에 이르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면서 책을 읽게 하려고 갖은 애를 쓰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책을 읽지 않았으면, 가을만이라도 책을 읽게 하기 위해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그러나 그 시절에는 정말 책을 읽을 만한 여건이 갖춰 있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제 나이에 읽어야 할 책을 읽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책을 구하기 어려웠으니 제 나이에 맞는 책을 골라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읽어야 할 책을 중학교 때 읽거나 중학교 때 읽어야 할 책을 고등학교 때 읽는다면 독서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다. 독서를 통해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새로운 감동과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인데, 나이와 책의 수준이 걸맞지 않으면 깨달음의 정도나 감동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요즘은 일년 내내 손쉽게 책을 구할 수 있고, 마음 놓고 독서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말로 행복한 시대이다.
책은 사람이 만들어 내지만, 만들어진 그 책이 사람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있다. 두고두고 곱씹을 가치 있는 말이다. 책 한 권은 어느 한 사람의 수고로 만들어지지만, 수많은 사람에게 올바른 지식을 주고 건전한 정신을 갖게 해 준다.
17대 총선은 끝이 났다. 850여 단체로 이뤄진 부패정치 청산 범국민행동은 서울 광화문 등 국내외 50여 곳에서 보름 동안 대대적으로 촛불집회를 가졌다.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누가 나라의 주인인지 보여주었고 부패한 기성 정치인을 바꾸고 싶어 하는 국민의 여망도 반영되었다. 이 촛불집회의 열기를 그대로 간직하여 독서 열기로 가득 채워보자. 밤늦도록 촛불을 켜고 책에 빠져 들어가자. 어렵던 경제는 순조롭게 풀려 갈 것이고, 우리는 머지않아 선진국 반열에 오를 것이다.
/정동환.한글학회 인천지회장.협성대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