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께

이제 총선은 끝났다. 흥분이나 감정과잉상태에서 벗어나 차분히 돌아보아야 할 때다. 왜 목소리를 높이고 갈등했는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싸웠는지 그 이유는 단 하나여야 한다. 더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것 외는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명실상부한 다수당으로 책임있게 국정을 주도해야 하는 열린우리당은 무한책임과 균형 감각으로 국가 경영의 전문성을 보여주어야 하고, 한나라당은 패배를 겸허히 수용하면서 건전 보수로서 권력의 견제와 감시는 물론 상생의 정치에 나서야 하고, 제도권에 진입한 민주노동당은 합리적 사회민주주의 세력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각오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예상 의석을 낮게 잡는 치졸한 엄살을 떨고, 상대당이 득세하면 마치 나라가 거덜날 것처럼 야단법석을 치고, 눈물 연설, 3보 1배, 사퇴 단식 등 온갖 감성 쇼크가 총동원되었다는 비판을 조금이나마 희석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도 정치에 식상해 있으며 정치가 또다시 국가 발전에 장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17대 국회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다는 사실이다. 수십 년간 누적된 나라 전반의 문제점을 하루아침에 뜯어고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1년처럼 나라 전체가 일하는데 신경은 쓰지 않고 목소리 높여 서로에게 손가락질 하며 싸우는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과연 우리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회남자(淮南子)’란 책에 ‘천하의 세 가지 위험’을 지적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덕(德)이 없는데도 임금의 총애를 받는 것이 첫째 위험이고, 재주가 별로 없는데도 지위가 높은 것이 둘째 위험이며, 큰 공로가 없는데도 후한 포상을 받는 것이 셋째 위험이다.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신 299명의 의원들에게 축하의 말씀과 더불어 고언 한마디 해야겠다.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십시오. 누가 이기고 지고가 문제가 아니라 이제 모두가 자기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만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날 수 있는지 의원님들부터 모범을 보이셔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투쟁이니 편 가르기니 하는 일은 이제 거두시고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보다 진지해지시기를 ‘세 가지 위험’이 무엇을 뜻하는지 한번쯤 곱씹어 보시기를 거듭 거듭 부탁드립니다.”

/나채훈.역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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