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의 경우 출사표는 누구에게나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 선거를 새로 시작할 때는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뒤에 낙선사례를 후보자가 직접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6일 아침 전자우편(E-mail)이 하나 날아들었다. 제목은 이렇다. “열린우리당 김만수 후보가 직접 쓴 인사입니다.(낙선사례)” 보통 보도자료를 담당해 원고를 작성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찬찬히 읽어 내려가면 “새로 시작합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고 도와주었건만 저의 부족함으로 그 여망을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미안하고 역사 앞에 죄지은 심정입니다”라는 통렬한 자기반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의 힘으로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그 가슴 벅찬 승리에 동참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며 끝내 안타까움을 털어 놓았다.
이번 선거에 대한 소신과 역사관도 엿보인다.
“이길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보다는 꼭 이겨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했고, 옳은 길이기에 다 버리고 가는 것이고, 함께 하기에 이길 것이라는 마음 하나로 달려온 길이었습니다. 절반의 승리는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굴곡져 나아가지만 반드시 진보한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말미에 김 후보는 “이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4월16일 새로운 출발선에서”라며 치열한 전투에서 아름다운 퇴장과 새 출발을 인사했다.
다시 전선에 나선다면 김 후보처럼 낙선한 후보자들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의 주인공이 되길 기원해 본다.
/정 재 현 (제2사회부 부천)
sk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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