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

부족한 인력이 장래가 총망되던 소방관을 사지로 몰고 말았다.★관련기사 19면

12일 새벽 안산시 상록구 모 아파트 13층에서 발생한 불을 끄기 위해 현장에 출동한 고 어수봉 소방교(42)가 혼자 초동진화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이날 안산소방소 지령실에서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비상연락이 상록소방파출소에 전달된 시각은 새벽 1시21분.

대기중이던 소방관 5명은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구급담당(2명), 펌핑차량과 탱크차량 담당 각 1명씩을 제외하고 고 어 소방교 혼자 계단을 따라 불이 난 13층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화재현장에 출동할 경우 사고 등에 대비, ‘2인1조’로 진압과 조사 등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당초 상록소방파출소에는 소방관 6명이 대기하고 있었으나 소방관중 1명이 교육으로 자리를 비워 고 어 소방교 혼자 유독가스와 칡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진압·구조작업을 벌여야만 했다.

고 어 소방교가 방독면이 절반 정도 벗겨진 채 불이 난 아파트 옆집 주방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옆집에 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어둠 속에서 넘어진 고 어 소방교는 충격을 받아 방독면이 벗겨져 유독가스에 의해 질식,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기던중 숨졌다.

지난 91년부터 근무해온 고 어 소방교는 아직까지 집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전세방을 전전하면서도 소방관 명예와 사명감을 소중히 여겨 오다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사랑하는 9살·14살난 두딸과 늘 미안해 했던 아내의 곁을 떠났다.

혼자 진압작업에 나섰던 고 어 소방교 곁에 동료가 있었더라면, 아니면 방독면이라도 좀 더 견고했더라면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희생은 막을 수 도 있었을 것이다.

이같은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기대해 본다./구 재 원 기자 (제2사회부 안산)

kjwo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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