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후보자를 관찰하는 즐거움

"싱그러운 봄이 어느새 또 성큼 다가왔고, 봄꽃들의 화려한 잔치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봄의 유희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사회는 어지럽지만 자연과 함께 할 때는 마냥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얼마 남지않은 우리의 선거는 즐거운 축제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탓을 ‘우스운 정치판’이나 ‘다 똑같이 부패한 정치인’에게만 돌려서는 해결이 안된다. 바로 우리 안의 냉소주의가 중요한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는 다양한 것들의 위계를 희석시키고 차이들을 보지 않으려 한다. 다 똑같거나 차이가 있어도 그게 그거다라고 생각하는 냉소주의는 판단에 대한 유보라는 신중함을 자랑한다. 그러나 물이냐 수증기냐는 겨우 1도 차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물과 수증기를 구분하는 문턱은 규정할 수 없이 미세한 한점일 뿐이다. 그 미묘한 차이가 세상의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많은 자료들이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포탈사이트를 비롯한 사이버공간에 가득 쌓여 있다. 선거법 개정으로 후보자, 그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납세, 병역, 범죄경력 등 신상정보를 클릭만 하면 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으며, 우리 선관위에서 유권자들에게 직접 송부하는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도 있다. 물론 자료들이 우리가 원하는 모든 걸 다 말해 줄 수는 없다. 후보자의 검증이나 정당의 정책에 대한 판단은 우리 나름의 해석 기준이나 정치적 판단력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객관적이지만 그만큼 틈이 많은 자료를 유의미하게 읽는 수준이나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누군가는 후보자들의 개인적 신상정보를 사소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정치적 판단의 유일한 잣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정당이나 정책에서도 자신의 관점에 따라 중요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고, 도덕성이나 자질에 대한 판단에서도 유권자 각자 우선시하는 항목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질, 도덕성, 정책이 다들 엇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정도의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작은 차이를 무시하는 이런 태도를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위계를 짓는 기쁨, 그 차이를 통해 후보자나 정당을 선택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주어진 자료를 꼼꼼히 살피는 것, 그래서 후보자간 또는 정책간의 차이를 선명하게 하려는 것이, 우리가 진정한 주권자이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세가 아닐까.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필요한 최소한의 의무를 다 했을 때 우리의 정치 혐오도 정당화되지 않을까.

‘에셔’의 ‘그리는 손’이란 그림을 보면 한 손이 다른 손을 동시에 그리면서 서로의 존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손의 윤회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그림은 우리와 국회의원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선거라는 집중된 한 순간에 그들을 선택하고 우리 손으로 뽑은 그들은 우리 삶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막대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고 있다. 정치 상황이 우리를 배신할 때 그들만을 탓할 일도 아니고 우리들의 가벼운 냉소로 끝날 일은 더욱이 아니다. 혐오나 냉소는 상호관계에 있어 해야할 도리를 다 했을 때에만 정당한 것이고 그 나름대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4월 15일은 우리의 주권을 행사하는 날이다. 물론 우리의 주권은 몇 년에 한 번씩 투표를 하거나 안 하거나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주권자라면 그 대행자에 대한 매일매일의 input과 감시를 통해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주권의 힘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선거에서 우리는 주권자다운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후보자들만 선거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 우리 자녀의 미래를 위해 우리 유권자도 최소한의 것이라도 준비해서 4월 15일을 맞아야 한다. 그것은 선관위의 정치포탈사이트를 찾아 후보간의 작지만 큰 차이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다.

/김현철.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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