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소외된 부랑자·알콜중독자…“사랑이 꽃피는 우리 가족이죠”
주위에 도움 필요한 사람 너무 많아
재활시설 설립… 배움의 기회 제공
파킨스병 불구 45년 넘게 사랑 실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우리의 가족입니다”
사회복지시설 성경복지재단의 이사장 김성근씨(69)에게 사회에서 소외된 부랑자, 알콜중독자, 버림받은 노인 등은 또하나의 가족이다.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김 이사장은 자신의 옆에서 뜻을 같이해 주는 가족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어 항상 힘이 난다고 한다.
김 이사장의 아내 정경자씨(67)는 정신보건시설인 동두천요양원 원장으로, 큰아들 태준씨(42)는 사회복지시설인 성경원 원장으로, 둘째 아들 태현씨(40)는 요양원 사무국장으로, 태준씨의 아내 이진숙씨(41)는 성경원 복지부장으로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남다른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 가족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봉사정신은 지난 1959년 김 이사장이 넝마주이 17명을 모아 함께 생활하면서 시작돼 45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
어려서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생활한 김 이사장은 초등학교때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는 “남을 돕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타고난 천성’ 때문”이라며 겸손하다.
중학교때는 계획적(?)으로 아버지에게 돈을 타내 가정이 어려운 친구의 등록금을 대신 내주기도 하고 부모에게 받는 용돈이 모자랄 때는 4H구락부를 결성해 과일장사, 비누 등 생활용품 장사를 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55년 대학에 진학한 김 이사장은 방학때면 고향인 부산은 물론 전국의 거지소굴을 찾아다니며 그들과 함께 생활했었다.
그러다 1959년 동두천에서 군생활을 하게된 김 이사장은 자신이 근무한 부대 근처에 있는 보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돌봐주게 됐고 결국 그것이 계기가 돼 동두천에 정착하게 됐다.
동두천은 미군부대를 끼고 있어 양공주, 넝마주이, 깡패가 많았던 만큼 김 이사장이 도와야 할 사람도 매우 많았다.
김 이사장은 1959년 아내 정경자씨와 결혼한 이후 텐트를 치고 미군부대 주변에서 떠돌고 있던 부랑자들을 모아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몸이 성치 못한 부랑자들은 용변까지 받아줘야 했고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서 막노동판의 잡부는 물론 목판장사, 미장원, 심지어 넝마주이까지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김 이사장 부부는 부랑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아래 미군부대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 결국 ‘케노샤 직업학원’이라는 부랑자 재활시설을 설립했다.
그러나 이용, 재봉 등 부랑자들에게 직업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설립한 당초 취지를 따르기가 쉽지가 않았다.
떠돌이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부랑자들에게 집단거주생활이라는 것이 쉬울리 없었고 이들을 데려오자 돈벌이 할 일손이 줄어든 거지 왕초들은 김 이사장 부부에게 많은 협박과 폭행을 가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이들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고 자식보다 더 많은 사랑과 정성을 기울였다.
심지어 미군들에게 받은 초콜릿을 자신의 친 자식인 태준, 태현씨 보다 부랑자들에게 먼저 나눠줘 어린 태준씨로부터 “나도 초콜릿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고아원에 버려달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다.
이렇듯 김 이사장 부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부랑자들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고 태준, 태현씨에게도 진정한 봉사가 어떤 것인지 몸소 체험하게 해 결국 두 아들 모두 아버지의 뒤를 이어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그러나 이웃사랑에 열심이던 김 이사장에게 병마가 찾아왔다. 지난 1984년부터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손발이 굳어지고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는 파킨슨병을 앓기 시작해 지금도 몸이 많이 불편한 상태이다.
집에서 쉬라는 가족들의 권유에도 불구 김 이사장은 틈나는대로 성경원에 나와 원생들과 함께 ‘종이봉투 손잡이 만들기’ 등의 일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몸이 불편한 부랑자들의 밥을 먹여주기도 한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애쓰고 있는 김 이사장은 “부랑자, 알콜중독자, 버려진 노인 등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외면한다면 이들은 더이상 갈 곳이 없다”며 “이들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을 갖고 따뜻하게 대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정민수·박현정기자 hjpark@kgib.co.kr
■성경복지재단
부랑자 등 236명 ‘사회적응력’ 향상 도와
시설유지 위해 민간단체·개인 후원 절실
이 사회에서 소외된 부랑자쇪 알콜중독자쇪 정신장애자 등을 보호하고 있는 성경원은 쇹숅쇿숅년 부랑자들에게 재활 기회를 주기 위해 설립된 ‘케노샤 직업학원’에 모태를 두고 있다쇫
1983년 경기도에서는 가장 먼저 사회복지시설로 인가받아 현재 236명의 알콜중독자와 정신질환자 등을 보호하고 있다.
성경원은 동두천 정신보건센터 등 지역사회 시설을 이용한 프로그램과 놀이공원, 전시장 등을 돌아보는 나들이 프로그램, 버스타기 및 은행, 식당 등의 이용법 등을 배우는 사회적응훈련 등을 통해 시설생활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으며 지역 기업체의 협조를 받아 취업도 지원하고 있다.
성경원은 또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봉투붙이기’ 등의 단순노동을 교육시켜 재활의지를 북돋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시설생활자 각자의 통장에 입금시켜 주고 있다.
또한 월별 생일잔치, 한마음 축제, 설·추석 민속놀이마당, 경인지역 정신장애인체육대회, 효나들이 등 시설 생활자들을 위한 각종 행사를 개최, 시설생활자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0여명의 직원과 연간 2천6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성경원은 운영비의 대부분을 국비와 도비 등 국고보조금으로 받고 있지만 시설을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여전히 민간 단체나 개인의 후원이 필요한 상태이다.
/정민수·박현정기자 hj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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