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석문(金石文) 문화재의 가치와 중요성

우리 나라의 여러 기록 문화재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유물은 아마 금석문일 것이다. 경기도의 수많은 문화재 가운데도 무덤 앞에 자리한 신도비를 비롯해 묘소, 왕릉비문, 공덕비, 선정비 등 금석문이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금석문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쇠붙이나 돌 ,바위 등에 새겨진 글씨나 문양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쉽게 왜곡 할 수 없으며 오랜 기간 보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다

특히 고려조 , 조선조를 합쳐 1000 년 동안 수도(首都) 역할을 한 경기도의 경우 우리 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금석문자료를 가진 금석문 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이름이 있는 명산과 고을에는 여지없이 묘소와 함께 가치 높은 석물(石物)과 금석문이 자리해 있다.

이들 금석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당시 최고의 문장가가 글을 짓고 또한 최고의 명필가들이 글을 쓰는 것이 관례인 이유로 하여 옛 역사의 예술적 가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한 금석문은 한번 쓰여지거나 새겨지면 쉽게 고치거나, 훼손되지 않는 점, 세운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은 늘 학계의 주목을 받는 금석문만의 큰장점이라 할 수 있다. 중원 고구려비, 단양 적성비(赤城碑)와 같이 고대의 금석문은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을 그대로 전해주어 우리나라의 국정 교과서를 다시 쓰게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금석문은 재질이 귀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으며, 아름답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보, 보물 등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역사 사료의 의미에 있어서도 문서화된 서지류(書誌類) 문화유산의 경우 후대의 역사적 평가에 따라 그 내용이 변경될 수 있으나 금석문은 수백, 수 천년의 기록이 원형대로 이어온다는 점은 너무도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소중한 문화유산 금석문이 1990년대 이후 급속히 훼손 되고 있다. 대부분 보존장치가 없는 비문에서 이러한 상황이 뚜렷이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옥개석(屋蓋石) 없이 이수, 비두로 이루어진 신도비에서 이러한 훼손의 속도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도비의 제목 글씨인 두전(頭篆) , 전서는 물론이고 비신의 비문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산성비로 돌이 마모됨으로써 비문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한번 훼손되거나 마모된 금석문은 다시 복원될 수 없다는 점에서 빠른 보존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금석문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그 보존대책을 강구할 때가 되었다. 금석문의 가장 좋은 보존방법은 산성비 등으로부터 비석을 보존할 수 있도록 비각(碑閣)을 세 운 뒤 더 이상 훼손이 이루어지기 전에 탁본으로 원형을 남기며 금석문 책자를 제작하여 본 모습대로 보존하는 일일 것이다.

빠른 속도로 변모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오래 전부터 전해주고 있는 금석문 문화재는 우리가 시급히 보존 해야할 너무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정동일.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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