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다. 신·구교를 망라한 기독교인은 물론이고 이밖의 많은 사람들이 경외심을 갖는 세계적인 경축일이다. 불교 조계종의 본산 조계사가 절앞에 내건 ‘아기 예수 탄신을 경축합니다’라는 축하 현수막이 무척 좋아 보인다.
X-mas는 원래 ‘성찬’이란 뜻이다. 두문자 X는 희랍어 Xristo(그리스토)에서 유래됐다. 아기 예수 탄생의 정설은 물론 2003년 전이다. 이보다 4년 앞선다는 일설도 있다. 분명한 탄생일이 아직 기록상으로는 없다. 성탄을 축하한 것 역시 2세기 무렵부터다. 이땐 성탄일이 5월20일이었다. 12월하순이 된 것은 3세기 들어서다. 북유럽에서는 순수한 종교적 행사로 치렀던 데 비해 남유럽에서는 추수를 마친뒤에 갖는 사육제의 성격이 강했다.
AD 325년은 기독교도를 탄압하던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처음으로 공인한 해다. 이 해 가진 제1차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크리스마스를 정식으로 정한 것이 12월25일이다. 다만 이땐 크리스마스날(12월25일) 이라기 보다는 크리스마스 기간으로 하여 기간을 이듬해 1월6일까지로 했다. 1월6일은 세명의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참배한 공현축일인 것이다.
그때 아기 예수는 구유에 누워 계셨다. 구유란 말이나 소의 먹이를 담아두기 위해 나무토막을 파서 만든 큰 그릇이다. 이렇게 온 아기 예수는 나이 설흔에 시작된 공생애 3년을 마지막으로 가르바리오 언덕에서 바리새인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박혔다.
십자가에 못박혔을 때 입었던 마포로된 성의는 이탈리아 서북부 토리노 대성당에 안치돼 있다. 예수는 이토록 구유에서 태어나 갈릴리지방 나자렛에서 양부 요셉의 목수일을 돕다가 시작된 공생애를 끝으로 십자가를 지기까지 호사와는 먼 가시밭길의 생애를 보냈다.
국내에선 19세기 후반 흥선대원군 집권시 허다한 천주교도들이 신용산 새남터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동굴에 숨어 미사를 올렸으므로 하여 오늘의 명맥을 잇게 했다. 20세기 초반 외국 선교사들의 포교로 신문화를 이룩한 예수교는 간곤한 계몽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오늘날 성당이나 교회의 높다란 십자가는 하늘을 찌른다. 이 웅장한 건물속에서 올리는 미사나 예배가 과연 개척기 같은 성령의 축복이 충만한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유다가 예수를 바리세인들에게 밀고하면서 받은 은화 설흔냥은 노예 한 사람 값이었다. 그러나 유다는 결국 이 돈을 그들의 신전에 냅다 던지고는 예수가 못박히는 날 스스로 목을 매어 회개해 보였다.
얼마전 외지 뉴스위크에서 그녀는 창녀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된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부활을 최초로 지켜본 증인이다. 창녀가 맞다 아니다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는 예수를 세번이나 부인하였다. 그리고도 회개 함으로써 부활 40일만에 승천하는 예수를 다른 제자들과 함께 감람산에서 지켜볼 수가 있었다.
예수의 박애정신은 포용이다. 우리는 얼마나 이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를 돌아본다. 신도는 아니지만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가르친 성경 말씀을 제대로 지키지는 못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늘 되새기곤 한다.
성탄절은 연말의 문턱이기도 하다. 어언간 2003년 올 한해가 다 되어간다. 좋은 성탄절 보내기는 자기 성찰의 보람에 있다고 믿는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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