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나가실거죠?” 처음엔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 했다. 지금은 이 말에 이골이 났다. 그저 웃기만 한다. 묻는 말의 뜻이 내 본의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일이 그렇지 않다고 해명하기에도 솔직히 귀찮을 때가 있다. 하긴 사회의 인식이 그런 것 같다. 조금이라도 색다른 일을 하면 정치적으로 보는 게 관행화하다시피 됐다.
경로 무료급식 봉사를 좀 하다보니 어디 지방의원이라도 출마할 것으로 지레 짐작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도 내 부덕의 소치가 아닌가하고 생각해 본다.
이해 타산이 바쁜 세태에서 거의 자력으로 힘겹지만 급식 봉사를 꾸려가다 보니 그런 출마 포석이 아니고는 사람이 맹하게 보일진 모르겠다. 하지만 맹한 내 자신이 좋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더 맹한 의인들을 존경한다. 이 기회에 개인적 입장을 밝히자면 임기가 있는 선거직 보다는 임기가 없는 봉사직이 좋다. 또 선거직을 맡을 훌륭한 분들은 많다.
내친 김에 말을 더 해야겠다. 급식소로 사용하던 컨테이너는 맞춤 컨테이너 두 박스를 연결해 주방과 식당으로 썼다. 지금은 초라해 보이지만 4년여 동안에 연인원 5만5천여명의 노인 분들이 여기서 경로급식을 즐기셨다. 두 아들까지 동원해 안해본 일을 시키면서 설치했던 것으로 그 무렵 두 아들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다만 쟤 엄마가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 쟤들 아빠 눈치 보아가며 도와 주었던 게 생각난다.
만석공원 앞 만석공원경로당 건물 확장으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우리 자원봉사 어머니들은 그동안 적잖은 고생을 했지만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설레이는 가슴을 주체하기 어려운 감격을 안고 있다. 잡다한 준비가 비록 힘은 들고 남편에게 다 말할 수도 없어 어떻게 어떻게 해내고 있지만 마음은 밤잠을 설칠만큼 마냥 즐겁다. 역시 사람이 맹한 탓인 지 모르지만 아무튼 오는 26일이 기다려진다. 이날은 만석경로당과 함께 송년모임 행사를 겸한 경로잔치를 갖는다.
만석공원경로당에 계신 분들은 회장·부회장님을 비롯하여 모두 마음이 너그러워 참으로 고맙다. 경로급식은 경로당 회원들만 드시는 게 아니다. 멀리서 오시는 분들도 많다. 노인들만이 아니다. 노숙자들도 찾는다. 이런데도 경로당측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마음편하게 대해준다.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그리고 수원시노인회 등에서 심적으로 도와 주시는 게 여간 큰 힘이 되는 게 아니다.
경로급식을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안한다고 해서 누가 탓할 사람도 없다. 역시 나는 맹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임기가 없는 봉사직은 그 자체가 즐거움인 것이다.
/이지현.사단법인 한길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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