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퇴임후 재판도 각오해야

인간 노무현도 그렇고 정치인 노무현도 그렇게 살아왔다. 부딪치면 일단 치고 빠지고는 되받곤 했다. 불우한 환경에서는 그게 유일한 생존수단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다분히 주관적이며 도전적이고 편협적이면서도 포퓰리즘이 강하다. 대통령 자리도 이렇게 하여 올라섰다.

그러나 대통령 노릇을 이렇게 해선 좋은 대통령이 못된다. 정상의 자리에서는 투쟁의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불신의 망령, 피해 의식 등 이런 좁쌀스런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정상의 자리는 투쟁의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잘 하려고 하는 데 국회와 일부 언론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고 힐난한다. 그러나 잘 하려고 한다는 인식은 대체로 그 자신과 아류 중심의 자아 변론이다. 독선인 것이다.

예컨대 그는 무슨 일에 말을 하면 문제해결을 돕기 보다는 더 어렵게 만들곤 한다.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한시 바삐 자폐증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마음의 문을 닫아놓은 상태에서 갖는 4당대표 회동이나 기자 회견은 아무리 해보아야 국정과 민중에게 도움을 못준다.

그는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 면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먼저 열어 보이는 것이 순서다.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상의 포용력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자질이기도 하다. 국정에는 말 연습이 또 있을 수 없다.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무가 오나라 왕 합려로부터 병서의 시범을 보여달라는 청을 받았으나 궁중에 남정네가 적어 궁녀 180명을 양편으로 나누어 창검을 들려 진을 쳤다. 그러나 두 주장부터가 엄명에도 불구하고 히죽거려 군율이 서지않자 왕의 총희인 주장들을 참함으로써 비로소 기강을 세워 군졸도 아닌 궁녀들로 육진도법을 성공해 보였다. 대만의 장개석이 보석 밀수와 관련된 며느리 인가를 공개 처형함으로써 부패의 고질병을 청산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다 아는 일이다.

엊그제 대통령이 가진 기자회견이 문자 그대로 ‘특별기자회견’이었다면 말이 좀 달랐어야 ‘특별’의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대선자금이나 측근비리에 검찰조사를 직접 받아 혐의가 성립되면 퇴임후에 재판을 받겠다’는 자세를 보였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큰 틀을 보고싶어 하는 민중에게 불법자금 10분의 1 설은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승자의 작은 비리가 패자의 큰 비리로 인해 덮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승자든 패자든 혐의가 있으면 다 법정에 서야 한다. 대통령은 스스로가 승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승자의 프리미엄을 내던져야 한다. 그래야 온통 진흙 구덩이 속이었던 선거판에서 어쩔 수 없이 묻혔다는 흙탕물에 대한 민중의 도덕적 용서를 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 그러한 고백성사가 앞서야 추악한 대통령 선거를 영구 추방하는 정치개혁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혀 짧은 훈장이 자신은 “바담풍…”이라고 하면서 학동들에게는 “바람풍”이라고 하라는 식이어서는 아무 공감대가 형성될 수 없다. ‘집 나간다는 여편네 아이 셋 낳고 주저 앉는다’는 속담과 같이 걸핏하면 그만 둔다는 허언은 뚝심도 아니고 자신감도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달라져야 한다. 마음의 문을 열면 넓은 길이 보일 것이다. 앞으로도 남은 장장 4년 2개월을 지난 10개월처럼 살게 해서는 민중을 가혹하게 해도 너무 하는 것이 된다. 닉슨은 워터게이트사건 자체보다 거짓말했던 것이 치명상이었다. 대통령을 칭송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대통령을 공격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롭고 불행한 일이다. 공격받는 분은 대통령이므로 어떻게 여길 지 모르겠으나, 불행한 대통령을 가진 민중은 대통령과는 비할 수 없이 더욱 더 불행하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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