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단순한 깜짝쇼

추수감사절에 즈음한 부시의 바그다드 방문은 최근에 보기 드문 깜짝쇼였다. 그 깜짝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최전선의 전쟁터를 향한 왕복25시간의 비행과 2시간30분의 전격방문을 위해 펼쳤던 철저한 보안과 작전은 미국의 안위를 담보로 한 도박이었음은 분명하다.

부시의 노림수가 무엇이었던 간에 상원의원인 힐러리의 바그다드 방문과는 차원이 다른 대통령이라는 최고통치권자의 위치가 갖는 무게가 그 도박성을 설명할 수 있다.

일국의 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이 불안한 전선에 출현한다는 것은 아무리 극적이고 정치적 효과가 최대라 하더라도 참모로서는 선뜻 권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안전만 담보된다면 최대한의 정치적 효과를 노리려 하는 정치(홍보) 참모와 완벽한 안전을 담보하여야만 모실(?) 수 있는 경호책임자와의 대립은 피할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바그다드 방문의 아이디어는 지난 10월 중순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의 입장에서 보면 꼬여가고 있는 이라크 문제의 전기를 마련하고 나아가서는 차기선거를 위한 여론의 물꼬를 돌려야하는 고민의 해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짐작컨대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까지도 대비하는 것이 경호관계자들의 책무이고 보면 그리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철저한 인원검색과 장비점검도 있어야 하고 동선파악, 도로통제, 근접경호, 저격병 배치 등 방대하고 치밀한 작전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자국내가 아닌 외국에서라면….

마치 클린트이스트 주연의 ‘사선에서’라는 영화에서 재선을 향한 정치(홍보) 참모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호참모의 충돌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러한 충돌은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그것이 설령 국가의 안위를 고려치 않은 무모한 이벤트(?)에 불과 하였더라도 그 내면에는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논란과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부시는 이라크 저항세력과 알 카에다의 공격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신체적 위협과 미국의 안위를 걸었던 것이다.

사후의 평가는 늘 분분하다. 그러기에 선택은 의사결정권자의 몫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도자는 외롭다.

추수감사절에 최전선에서 칠면조 고기를 나눠주고 저녁식사를 미군병사와 함께하며 눈물의 격려를 하였던 부시.

현재까지 외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 극적인 장면에 대한 반응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나, (많은 사람들이 부시의 머리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을 보면) 차기대선을 위한 이미지 제고용이나 이라크 전후처리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 할 만큼 전략적이지 않았을 것 같다. 단지 대통령으로서 단순하게 이역만리 최전선에서 시련을 겪고 있는 장병들과 따뜻한 식사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이 땅에서 그런 단순한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으니 먼 나라 이야기지만 솔깃한 것이 사실이다.

지도자의 이미지 제고는 카메라 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으로 이루어진다. 단순 무식한 깜짝쇼(?)를 보고 싶다.

/정상환.남서울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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