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유족 위로 공연 때 인순이 씨가 마지막으로 노래하는데 울다가 클로징 코멘트를 거의 하지 못했어요. 사회자는 감정 조절을 잘 해야 되는데 그게 안될 때가 가끔 있거든요. 눈물이 많아 평소에도 잘 우는 편이에요.” 첫 방송 이후 10년 4개월만인 오는 21일로 공연 500회를 맞는 KBS TV ‘열린 음악회’의 MC 황수경(32) 아나운서. 그는 기억에 남는 무대를 얘기해 달라고 하자 울음을 유독 참기 힘들었던 공연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황씨는 1998년 10월 ‘뉴스 9’에서 중도 하차한 뒤 줄곧 ‘열린 음악회’의 마이크를 잡았다.
그동안 직접 만난 관객만도 줄잡아 300만명. 그에게 지난 5년은 아픔과 자각, 성숙의 세월이기도 했다.
“입사 후 5년간 ‘뉴스 9’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뉴스를 떠나게 돼 상처가 컸어요. 뉴스 이외의 프로그램은 관심밖이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일이었는데…. 자존심이 센 탓에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다가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열린 음악회’는 저의 편협한 생각을 바꿔줬습니다.”
그는 ‘열린 음악회’가 자신에게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걸 가르쳐준 프로그램이라고 고마워 했다. “방송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 하는 희열을 ‘열린 음악회’에서 처음 느꼈어요. 무대에 서는 순간 너무너무 행복하고 즐겁고 감사해요.”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좋은 출연자들과 같이 어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너그럽게 봐주고 즐거워 하는 관객이 있어 좋다며 흐뭇해 했다. “관객들은 음악을 즐기러 오시잖아요. 그런 분들이 있는 한 분위기가 좋을 수 밖에 없어요. ‘이 분들은 모두 좋은 마음으로 오셨으니 혹시 실수하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해주실 거다’는 최면을 걸고 무대에 오르면 수만 명이 모여 있어도 떨리지 않아요.” 영어 대사도 까먹는 큰 실수를 저질렀는데도 이상하게 잘 할 수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용기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황씨는 ‘열린 음악회’에 말 그대로 푹 빠져 지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국방송대상’을 받고, 월드컵 대회 전야제 진행도 맡는 등 최고의 보람을 안았다.
방송인으로서 늘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는데, ‘열린 음악회’ 이미지는 고정돼있어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요즘스트레스가 심해요.” 이런 그의 고민은 철저한 완벽주의와 끊임없는 자기계발 욕심에서 비롯된 듯 싶다.
무슨 프로그램을 맡더라도 시청률도 잘 나와야 하고, 평가도 좋아야 하며 누구에게서 궂은 소리 듣기 싫어하는 나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그의 귀띔이 그걸 말해준다. 하지만 아이 얘기를 꺼내자 집에 돌아가서 두 살짜리에게 책읽어주는 행복이 더할 나위 없다고 말하는 그는 영락없이 평범한 엄마의 모습이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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