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모 여교장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개교한 지 불과 1년 남짓한데 내가 보는 한에 있어서는 학교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인 모든 것들이 매우 체계적이고 교육적인 듯하였다. 학교의 외관 관리나 청소 상태는 물론 액자나 게시물의 배치가 아름답고 효용성이 있었으며, 각종 교수·학습 기자재를 거의 모두 갖추고 있었다. 건물의 미관이나 청결도는 신설교라 그렇다고 치더라도, 교수·학습 기자재나 게시물의 배치와 그 내용의 교육성은 여교장의 면모와 안목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안내와 학생들의 예의바름도 꼼꼼하고 치밀한 그분의 체취와 생활습관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들이었다. 학교의 살림이나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문제에 있어서 치밀하고 섬세한 여교장의 마음과 손길이 참으로 돋보이는 그런 학교를 방문하고 많이 배우고 왔다. 그러면서 비록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자랑스럽고 부러웠다.
작년에 교육부 여성정책과에서 응모한 ‘중등학교 진로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바 있었다. 그때 프로그램을 만드느라고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최고경영인들이나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에 관한 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두 가지 면을 발견하였다. 하나는 그녀들이 자기 분야의 일에 책임성을 갖고 열정적으로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지향적인 안목과 비전을 갖고 시대적 요구와 자기가 처한 상황을 유용하게 활용할 줄 안다는 점이었다. 시대적 여건이 여성들에게 우호적이라고 하여도 아무나 그것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잡았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은 그러한 안목을 갖고 있었고 또 열정적으로 자기 일에 매달려서 성공을 일구어낸 것이다.
21세기의 성공요인을 ‘3F’라고 한다. 감성(Feeling)·상상력(Fiction)·여성(Female)의 세 요소가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인식되면서 여성인력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여성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제 여성인력의 개발은 국가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필수과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에 대한 배려가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 중소기업 CEO 중 40%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난데 비해, 국내 여성 CEO는 3%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공무원의 경우 상위직에 있는 여성의 비율은 OECD 70개국 중 63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회구성원의 절반인 여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고학력 여성이 많은 나라에서는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들의 경우, 전문성과 책임성이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자기의 진로를 개척해야 할 것이다.
/김 현 옥
수원 수일중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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