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계곡과 바다는 피서객들로 꽉 차고 고속도로는 어디를 가도 차량 행렬로 뒤덮였다. 이런 TV화면을 보면서 통풍이 잘되는 집 안방이나 거실에 큰대자로 드러누워 망중한의 휴가를 즐기는 실속파 피서도 있다.
삼복 중이니 더운 건 당연하다. 염제다 폭염이다 혹서다 하지만 대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오곡백과를 무르익히는 것이 찜통 더위다. 논물이 쩔쩔 끓어야 새파란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땅김이 뜨겁게 솟아야 밭곡식 또한 하루가 다르게 열매가 여문다.
우물속에 수박이며 참외를 시원하게 냉장시키던 시절에는 동네 정자나무밑 돗자리나 뒤뜰 감나무 그늘아래 대나무 평상에서 늘어지게 낮잠 한숨 자는 것도 참 좋은 피서법이었다. 이젠 냉장고 없는 집이 없다시피된 세태이니 그같은 구식피서는 시골에서도 좀처럼 즐기기가 어려울 것 같다.
더위를 피하는 피서도 좋지만 더위와 맞서는 망서(忘暑)는 더욱 좋다. 더위속에 비지땀을 뻘뻘 흘려가며 더위를 잊는 가운데 일하고 나서 멱감고난 뒤의 개운함이란 마치 하늘을 날을듯한 기분인 것이다.
덥다 덥다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여름이 거의 다 되어간다. 오는 8일이면 벌써 입추다. 그리고 15일은 말복이다. ‘모기 입이 무디진다’는 처서가 오는 23일이다. 다음달 11일이 추석이니 한달 남짓 남겨놓고 있다.
자연의 조화속은 바다의 조류 역시 오묘하여 오는 15일을 지나면 어디를 가든 어김없이 냉수대가 덮치기 시작한다. 해수욕도 다음 주말이면 사실상 종친다. 잔서(殘暑)를 피하는 산행이 많아지게 된다. 세월이 빨라서인지, 다 되어가는 여름 보내기가 아쉬운 생각이 든다.
계절은 태고적 법리따라 한치 어김없이 순리대로 가는데, 인간사엔 역리가 심해 이 여름 더위가 더욱 더 덥게 여겨진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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